미디어 왕국 'AOL 타임워너', 규모로 승부한다

새로운 미디어 왕국인 AOL 타임워너는 그 순수한 규모와 마케팅 힘 때문에 이 시대에는 그에 견줄만한 기업이 없다. 하지만 문화 충돌과 상호 파괴적인 싸움이 이 새로운 벤처를 다시 괴롭히게 될 것인가?

합병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AOL과 타임워너는 엄청난 마케팅 파워를 가진 전대미문의 기업을 만들고 있다.

합병 회사의 막대한 소유재산을 대충만 훑어봐도 이번 합병 규모가 아연실색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역사상 전대미문의 진정한 미디어 왕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새로운 회사에 붙여질 이름인 AOL 타임워너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잡지와 책을 읽고, 케이블 TV를 시청하고, 영화를 보러가는 거의 모든 가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OL은 2,600만 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넷스케이프 넷센터, 인스턴트 메시징 제품, 영화 정보 서비스인 AOL 무비폰(MovieFone)과 같은 많은 고급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타임워너의 케이블 네트워크는 미국에서 케이블을 시청하는 가구의 20%를 처리하고 있으며, 타임워너는 일련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타임워너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타임, 피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을 간행하는 타임(Time Inc.), CNN의 모회사인 터너 브로드캐스팅, ‘완전한 폭풍’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한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마돈나와 레드핫 칠리 페퍼같은 아티스트들을 키워낸 워너 뮤직 그룹 등이다.

두 회사 간 세력 다툼

하지만 합병회사의 규모 자체가 이런 메가급 기업 자신의 최대 적이 될 수도 있다. 기업 내부의 세력 다툼에 대한 소문은 오래 전부터 그들의 관련 산업에 퍼져있다. 또한 서로 다른 두 개의 기업 문화의 결합은 고대 로마의 정치적 혼란을 방불케 한다.

AOL 타임워너는 AOL과 타임워너 경영진들의 결합으로 이끌어질 예정이다. AOL 회장인 스티브 케이스가 새로운 회사의 회장직을 맡고, 타임워너의 CEO인 제랄드 레빈이 CEO 자리를 차지한다.

AOL 사장인 밥 피트먼과 타임워너 사장인 리차드 파슨즈는 공동 COO가 되지만, 피트먼이 일상적인 사업을 처리하는데 보다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내부 세력다툼에서 살아남는 자는 점점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투자자들과 변덕스러운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싸워야한다. 경영층에서는 중복되는 것을 줄이고 난 첫 해에 12~15%의 수입 증가율로 1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양측 회사의 주식은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하락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NG 베어링즈 애널리스트인 유세프 스퀄리는 이 회사 주식을 ‘강한 구매’ 등급으로 올려놓고 있으며, 이 회사 주식이 최고치를 갱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기업들의 최근 운영비가 연간 약 300억 달러에 이르고, 타임워너가 합병 이전에 예측했던 성장률이 8~10%를 맴돌았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전망은 비교적 온건한 것이라고 밝히고, 또 “나는 이런 예측이 달성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투자와 사업 모델

회사측이 실질적인 절감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야는 AOL 회원들에 대한 타임워너 출판물의 마케팅이다. 타임워너의 대표작인 타임지에 대한 AOL의 홍보는 5개월만에 50만 명의 신규 가입자들을 등록시켰다고 양측 회사들이 밝혔다.

뿐만 아니라 AOL 타임워너는 직원해고를 비용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실시할 것이다. 양측 회사들은 중복되는 사업을 거의 갖고 있지 않지만, 직원해고는 터너 브로드캐스트의 CNN 뉴스 부문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4천명 가량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CNN은 모든 직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직원감축은 이번 합병과는 무관하며, 광고비용 감소는 전체 미디어 기업들에게 타격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AOL 타임워너는 단기 전략 수준을 넘어서서, 온라인 기술을 통해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을 변형시키기 위한 신규 사업들을 구축하는 부담스런 임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는 수년간의 노력과 패스파인더(Pathfinder)같은 실패한 온라인 벤처기업에 대한 수백만 달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타임워너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개발될 새로운 기능들 중에는 온라인 음악 가입 서비스같은 것이 포함돼있다. 이 서비스에서 AOL 가입자들은 약간의 월 사용료를 지불하면 인터넷을 통해 워너 뮤직 아티스트들과 기타 음반회사들의 음악을 다운로드 또는 스트리밍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냅스터같은 무료 파일 교환 서비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 상업적 온라인 음악 보급을 위해서는 가입 모델이 가장 지속성있는 사업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AOL은 타임워너의 영화 스튜디오를 위한 온라인 보급을 개발하는데 일역을 담당할 것이다. 소니같은 경쟁사들이 다음 몇 달 동안 VOD 체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AOL 타임워너가 중대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AOL의 인스턴트 메시징 사업과 타임워너의 케이블 자산을 이용한 전화 사업이다.

하지만 스퀄리에 따르면, 그런 개발은 처음의 인식단계로부터 몇 달 내지 몇 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회사의 현재 전망은 비교적 평범한 비용 절감 및 전반적인 홍보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번 합병회사는 앞으로 그들이 활동하던 각각의 마켓플레이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런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