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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점 > 홈쇼핑 추가채널 다툼 과열 기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가 3월 말까지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을 추가로 승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지금까지 물밑작업을 벌여온 신규 채널 희망자들의 행보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심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관련학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는 등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전문가들의 공개토론회가 열렸을 때도 홈쇼핑 진출 희망업체들은 발제자와 토론자들을 미리 찾아가 '추가 채널 수가 최소한 O개는 돼야 한다', '대기업은 배제해야 한다', '특정 분야 관련 채널은 꼭 필요하다'는 등을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사전 홍보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업체들의 홍보전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G홈쇼핑과 CJ39쇼핑은 '홈쇼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다수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홈쇼핑 업계의 부실을 낳을 것'이라며 방송위원회 임직원을 비롯한 관련인사를 설득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한 인사는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업체 관계자들이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전화를 해오고 심지어 사무실까지 찾아와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고 털어놓으며 '나중에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얼마나 업체들의 로비가 거셀지 짐작할 만하다'고 우려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자 방송위는 방송학계ㆍ경제 및 경영학계ㆍ소비자 및 시청자단체ㆍ관련업계(PP 및 SO)에 공청회 토론자를 추천해줄 것을 공식 의뢰하는 한편 참석자 명단을 공청회 시작 시간까지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사회와 제안설명은 각각 조병량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중 1명이 맡기로 했고 토론자는 모두 8명으로 정해졌다.

그동안 물밑에서만 벌어지던 업체간 `짝짓기'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 6개사는 지난 11일 `연합홈쇼핑'(가칭)이란 이름의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는 E마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으며 롯대백화점도 롯데 계열사와 방송관련업체 등 30여개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해놓은 상태.

또한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한 `하나로 쇼핑넷'(가칭),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중인 한솔 CSN, 중소기업유통센터 등도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농협을 비롯한 농수산 유통관련단체도 한국농수산방송설립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사업권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략 20여개 컨소시엄으로 추산되는 신규채널 희망업체간에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합종연횡을 위한 줄대기가 치열하게 펼쳐져 이상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희망업체와 기존 업체간에도 상반된 분석자료를 토대로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5년의 시장규모가 6조9천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채널 수는 3∼4개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LG경제연구원은 '2005년 예상 시장규모는 2조3천억원대이므로 기존 업체를 포함해 3개를 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라고 맞받아치며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8천500억원대에 이르는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에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는 까닭은 홈쇼핑 채널이 그다지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데다가 `IMF 한파'를 겪는 동안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낸 만큼 수익전망이 확실하다고 여기기 때문. 더욱이 등록제로 전환되는 다른 채널과 달리 홈쇼핑에 대해서는 보도채널 등과 함께 승인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독과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방송위는 18일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이달 안으로 승인기준과 세부지침을 마련한 뒤 심사위원단의 평가작업을 거쳐 3월 말께 추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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