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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거래하자! 탄소배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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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정인
중앙대 산업창업 경영대학원장

얼마 전 코엑스를 방문했을 때 ‘서울 머니 쇼’라는 것이 진행 중이었다. 저금리, 부동산 가치 하락, 물가 상승, 그리고 펀드 하락 등으로 불안한 경제환경 속에서 새로운 재테크 방법이나 창업을 가르쳐 주는 쇼였다. 이제 머니 쇼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게 생겼다. ‘온실가스 배출권’이다.

 지난 18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한국도 2015년 1월 1일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작된다. 이 법의 통과를 두고 산업계와 정부는 수년 동안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제 싸움은 끝났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지구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목표 배출량 내에서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부여받은 할당량보다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그 차이를 배출권 거래소를 통해 판매할 수 있고, 반대로 할당량을 초과할 때는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배출권 거래제도는 많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유럽 31개국, 약 1만 2000개 기업은 2005년부터 시행해 왔다. 초기에는 산업 부문만 포함시켰지만 올해부터는 항공 부문이 포함되고 향후에는 선박 부문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동부 10개 주는 발전소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서부지역과 캐나다도 가세한다. 호주는 2011년 청정에너지법(Clean Energy Legislation)이 상원에서 가결되면서 7월 1일부터 이산화탄소 1t당 23호주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되고 있다. 2015년 7월부터는 배출권 거래제도로 전환된다.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로부터 강한 감축 압박을 받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7개 지역을 선정해 거래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2015년부터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시행되어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관리제는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1000만원의 벌금만 지불하면 된다. 처벌 규정이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고, 초과 감축량이 생기더라도 팔 수가 없어서 적극적인 추가 감축 유인이 미약한 편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낮은 감축 비용으로 배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참여 기업별 특성에 맞는 감축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 목표관리제의 보완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은 멀다. 법에서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출권 거래소 운영 주체의 결정, 적절한 할당량 배분 문제, 2015년 이전에 시행한 조기감축 인정 기준, 신·증설이나 확장 등에 대한 할당 규모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표적인 예가 12조 4항이다. 즉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비용이 기준 이상으로 발생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배출권 전부를 무상으로 줄 수 있는데, 여기서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치열한 전투를 할 것이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제도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거래제도는 처음이다. 누구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주저함과 두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같이하면 슬픔은 절반으로 줄고, 기쁨은 두 배가 된다”고 했다. 남은 기간 동안 모두가 마음을 열고 협력하면 두려움과 주저함은 용기와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확신과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항상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얻어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창업 경영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