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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주문 통한 주가조작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대량의 거짓 매수주문을 내놔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기는 `허수 호가'가 많게는 한달에 2천600여건이나 되는 등 그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리젠트.대신.부국 3개 증권사의 지점장 3명과 투자상담사 등 관련 임직원 8명은 이런 허수호가 주문을 알면서도 대행 또는 방치한 것으로 확인돼 내부징계를 받게 됐다.

그러나 현행 증권거래법상에는 이른바 '작전'보다도 더많은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어 증권시장 공정감시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작년 9∼11월에 `허수 호가'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한 결과 감독책임 등이 있는 리젠트증권에 대해서는 경고, 대신증권과 부국증권에 대해서는 주의조치를 내렸으며 관련 임직원 8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들 관련자가 고객으로부터 일임 받아 가짜 주문을 냈는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않다'면서 '그러나 적어도 허수주문임을 알면서도 방치한 사실은 분명하며 해당 증권사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감리결과에 따르면 허수호가는 많은 경우 월 2천667건에 이르렀고 주문량은 10여만주에서 수백만주까지 다양했으며 많은 경우 900만주나 됐다. 특히 투자자 1명이 1개 종목에서 모두 144회의 주문을 내는 사례도 있었다.

증권사를 통해 이런 허수주문을 내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계좌잔고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큰손' 데이트레이더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허수호가 대상 종목은 한빛은행.조흥은행.광주은행.현대건설.현대전자.한국타이어 등 40여개로 대부분이 액면가 미만이면서 거래량이 많은 종목이었다.

이들은 하한가 근접가격에 대량의 거짓 매수호가 주문을 낸 뒤 가격이 오르면 보유물량을 매도하고 매수는 취소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매매차익을 챙겼다.

이런 행위의 90%이상이 오전 8∼9시 동시호가 시간이 아닌 장중에 이뤄졌으며 주문을 낸 뒤 30분 이내에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가가 아닌 실제 매매행위를 통해 가격을 조작해야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다'면서 '증권거래법상에 허수호가 처벌규정을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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