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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인텔의 시행착오, 해법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수년 동안 인텔을 지켜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인텔은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으로 자체 브랜드를 재빨리 홍보했고, 춤추는 바니걸이 등장하는 광고를 통해 일명 버니 슈트(bunny suit)라고 불리는, 연구소의 무진실(無塵室)에서 입는 의복을 본의 아니게 대중화시켰다.

이제 인텔은 푸른 제복을 입은 세 명의 남자를 통해 펜티엄 3 칩을 홍보하고 있다. 요즘 광고가 관심을 끄는 건 사실이지만 과연 그들은 칩을 판매하고 있는 것일까? 인텔 광고 중에서는 1년 전쯤 애플이 만든 인상적인 광고만큼 효과적이었던 것은 없었다. 껍데기에 인텔 칩을 붙인 달팽이가 천천히 움직이는 광고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얘기의 초점은 인텔이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인텔은 이제 그다지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소비자 전자제품 분야를 기웃거리고 있다. 얼마전 인텔은 웹 태블릿, MP3 플레이어, 채트패드(ChatPad) 제품을 발표했다. 채트패드는 블랙베리(Blackberry)같은 메일 기능 중심의 장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도대체 왜 이런 소비자 제품 분야에 뛰어드는 것일까?

예컨대 웹 태블릿은 ‘누가 이것을 필요로 할 것인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불필요한 제품이다. 또 누가 이것을 마케팅할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든지 간에 필자에게는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제품이다.

필자는 2년전 컴덱스 박람회에서 이런 제품 중의 하나를 처음 보게 됐다. 그곳에서 사이릭스(Cyrix)가 이 제품을 선전하고 있었는데, 소파에 앉아서 웹서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무선 태블릿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소파에 앉아있는 동안 웹서핑하기를 원하겠는가? 이런 장비가 재고관리 도구로서나 농구 코치를 위한 무선 노트패드로 사용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디스플레이 기술이 좋지 않은 덕분에 이 제품이 사용될 수 있는 스포츠는 실내 스포츠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시장 품목이 아니다. 재고조사는 팜 플랫폼에 연결된 도구를 스캔함으로써 최적의 수행을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태블릿들은 특별히 웹서핑용으로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지긋지긋할 정도로 웹서핑하는 무선 네트워킹을 위해 500달러 안팎의 돈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잠깐 쉬어가자. 소수의 정신나간 초기 수용자들이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이고, 그게 이 제품 수요의 전부일 것이다.

인텔은 왜 MP3 플레이어 사업을 하는가? 인텔 장비의 판매 전략의 핵심은 경쟁제품과 똑같은 가격에 두 배의 메모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좋다. 그 점은 가로막기 어려운 이점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엔 채트패드가 있다.

대만이나 중국의 많은 기업들에 의해 금새 압도당할 수 있는 하부 시장 부문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텔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인텔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는 경영진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알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값비싼 TV 광고를 통해 해왔던 브랜드 형성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일 뿐이다. 과거의 브랜드 형성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컴퓨터였다. 그런데 이제 그 컴퓨터는 어떻게 되는가?

브랜드화된 컴퓨터를 내놓는 문제를 둘러싸고 인텔의 내부 경영진에서 대대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필자는 이 회사가 핀란드나 다른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브랜드화된 컴퓨터를 시범 마케팅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염려되는 것은 칩 소비자들이 화가 나서 그들의 모든 칩 수요를 AMD 칩으로 충당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브랜드화된 컴퓨터가 무슨 차이를 만들어낸단 말인가?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다음은 인텔이 취하게 될 몇 가지 조치들이다.

미래형 컴퓨터

인텔은 스스로 무역박람회에서 선보이고 싶어하는 흠없는 미래형 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기기들은 부가장치용 USB에 의존한다. 이런 제품들은 폐쇄적인 기기이며, 매킨토시와 아주 흡사하다. 인텔은 항상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싶어한다. 필자는 확장될 공간을 갖고 있지 않은 완전한 시스템을 내놓기에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이 시스템은 네트워킹이나 대형 드라이브, USB를 갖출 것이며, 미리 구성돼있는 빠른 시스템으로서 멋진 모양을 갖게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어떤 PC 업체들도 그런 시스템에 대해서는 열을 올리지 않는 것같다. 그런데 인텔은 이런 시스템 대신 웹태블릿을 만들고 있다.

레퍼런스 시스템 구축

이것이 바로 인텔이 해야할 일이다. 완벽한 최상의 기기, 즉 레퍼런스 기기를 구축하고 이것을 레퍼런스 원(Reference One)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텔이 내놓을 수 있는 최후 최대의 기술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이것과 비교돼야 할 것이다.

최고의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램버스 메모리나 초고속 칩과 함께 독자적인 메인 보드와 최신 칩셋을 사용해 중후하고 우아한 기기를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대가를 부과하는 것이다.

시스템 가격을 너무 비싸게 책정해서는 안되겠지만, 소액의 프리미엄은 붙여야 한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려고 노력하는 MP3 플레이어와는 달리, 인텔은 확실한 길을 택해 수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완전한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렉서스(Lexus)의 접근 방식이기도 하다. 현대전자의 MP3 플레이어 접근 방식을 가지고, 회사 이미지를 천박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인텔이 회사 이미지를 드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좋은 아이디어는 없는지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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