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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0 대책은 ‘작전의 실패’였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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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스몰볼(small ball)’, 번트, 도루 등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야구를 뜻한다. 홈런타자 등 능력이 뛰어난 몇몇 선수로 승부하는 ‘빅볼(big ball)’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부동산 시장에 갑자기 스몰볼이 화두다.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최근 발표한 5.10부동산 대책에 대해 “스윙 폭이 큰 장거리 타자를 타석에 내보내는 ‘빅볼’이 아니라, 번트를 잘 한다든지 도루를 잘 하는 ‘스몰볼’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후부터다.

시장에 충격이 큰 대책보다는 작은 대책들이 조화를 이뤄 안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쓰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10일 마침내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취득세 감면 등 시장에서 관심이 컸던 대책은 제외됐다. 말하자면 예상대로 홈런타자를 기용하지 않은 셈이다.

대신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에 지정됐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하고,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해 투자목적으로 분양권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보금자리론 지원을 확대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책이 나온 지 닷새가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규제완화를 해준 강남은 오히려 호가가 더 떨어졌다.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스몰볼이 먹히지 않으니 벌써 대타를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DTI완화를 다시 요구하는 것이다.

작전 노출, 팀플레이 실패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작전이 미리 노출됐다. 시장에선 총선이 지나면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등 이번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대부분의 정책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 정부는 처음부터 번트를 치겠다고 예고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팀플레이도 안 된다. 갑자기 서울시에서 온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서울시가 내놓은 ‘재건축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대책이다.

서울시는 5.10대책이 나오기 전날인 9일 ‘저가 고품질 임대주택’을 8만가구로 확대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개발 재건축 단지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규제를 풀어 매매 활성화를 노리는데 서울시는 규제를 강화해 사업의 부담을 키웠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다.

선수기용도 타이밍이 많이 늦었다. 사실 이번에 내놓은 강남권 투기지역 지정 해제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도 한때는 강타자로 여겨졌다.

정부는 강남권에 대한 규제완화는 휘발성이 크다고 봤다. 주변지역으로 집값 상승을 촉발시키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스무번 가까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강남권 규제완화는 제외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도 마찬가지다. 투기수요를 자극하기 때문에 함부로 기용하지 않았다.

선수 기용 타이밍 놓쳐

그런데 지금 시장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이 집값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긴 어렵다.

사실 DTI완화나 취득세 감면 같은 대책도 지금 상황에서 홈런타자라고 보기 어렵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더 받게 해준다고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집을 살리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17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원하는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대로 된 안타 한번 없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가 추가로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할지 아직 논란이 많다. 시장이 워낙 침체 돼 있어 당분간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찌됐든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서울시와 손발을 맞추는 일일 것이다. 스몰볼이든 빅볼이든 팀워크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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