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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프리미엄 먹튀’ 아세요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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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벌써 4년째다. 활활 타오르던 국내 부동산 경기가 찬서리를 맞은지도.

가족과 오순도순 살아갈 새 보금자리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도, 약간의 여윳돈에 대출을 보태 재테크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이들도 삶이 고달파진 지 4년째인 셈이다.

살던 집의 몸값은 뚝뚝 떨어지고 그나마 팔리지도 않는다. 새 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니 되레 기존 주택보다 상황이 나쁘다. 분양가보다 싸게 내놔도 산다는 사람이 없다.

주택 수요자 뿐 아니라 건설업체도 죽을 맛이다. 집은 다 지어놨는데 계약자들이 도통 입주를 안 한다.

주택 거래가 실종되면서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하거나 집값이 곤두박질쳐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는 계약자가 많기 때문이다.

입주율이 낮으면 건설업체는 타격이 크다. 분양 잔금을 받아야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고 하도급 업체에도 공사대금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임원의 말이다.

“입주율이 낮다는 것은 분양 잔금 회수가 안된 다는 것인데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더구나 요즘처럼 PF대출 연장이 어려운 시기에 자칫 대출 연장이 안되면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연장이 됐다고 해도 이자가 높아서 자금 부담이 엄청나다. 500가구 단지 입주율이 절반인 경우 한달 이자만 수억원이다.”

주택 수요자도, 건설업체도 힘든 시기다. 그런데 이 와중에 별 일이 다 생긴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챙기고 개인파산 신청

경기도 고양시 A아파트. 주택 경기가 한창 바닥을 향해 달리던 2010년 9월 입주가 시작된데다 워낙 단지 규모(4500여 가구)가 커서 아직까지 입주율이 높지 않다.

입주 1년 반이 지나도록 경기는 회복될 줄 모르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계약자들이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커졌다.

그런데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계약금보다 높아지자 악성 거래가 등장했다. 예컨대 전용 196㎡형은 현재 7억3000만원까지 급매물이 나온다. 분양가는 8억6000만원이다. 시세가 분양가보다 1억3000만원 싸다.

주인이 분양받을 때 낸 계약금(8600만원)보다 더 낮은 가격이다. 주인이 이 집을 팔려면 매입자에게 4400만원을 줘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황당한 거래가 이뤄진다.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이 이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이다. 명의 이전과 동시에 4400만원을 받고 입주는 하지 않는다. 물론 대출 이자도 내지 않는다.

이 단지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몇 년째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잖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이 신용불량되기 전에 목돈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명의 이전하고 1~2개월이면 신용불량이 되는 거예요. 개인파산 신청하거나…. 요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지역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에요. 제가 거래한 사례 중에도 있었어요. 뭐, 결국 건설업체만 죽어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죽을 맛인 건설업체를 두 번 울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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