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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구글·페이스북 5년 뒤엔 사라질 수도” 고개 끄덕여지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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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강일구]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페이스북일 게다. 나흘 뒤인 18일 이 회사가 기업공개를 한다. 대단한 이벤트가 될 거라며 벌써부터 관심들이 대단하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이 단번에 거머쥘 돈은 50억~63억 달러. 전체 주식의 7~8%를 공개하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야말로 세계 인터넷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와중에 마침 몇몇 사람과 스마트 혁명의 요모조모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려니 엉뚱하게도 그 대단한 페이스북이 아닌 인스타그램이 떠올랐다. 지난달 초 페이스북이 10억 달러, 그러니까 약 1조1500억원에 인수한 미국의 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말이다. 버튼 몇 번으로 자신이 가진 사진을 예쁘게 꾸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인터넷 업계에선 구글의 유튜브 인수 이래 최대 규모다. 서비스가 아무리 인기라지만 매출 한 푼 없는 회사를 이만한 돈 주고 산 게 잘한 일일까. 공방이 여전하나 내 생각엔 미래 돈줄로든, 잠재 경쟁자의 제거 차원이든 잘한 선택 같다. 인스타그램은 지금 페이스북이나 구글, 트위터보다 스마트 시대에 훨씬 착 달라붙는 서비스다.

 인스타그램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이 서비스가 애초 스마트폰을 근간으로 기획됐다는 거다. 페이스북도, 구글의 각종 서비스나 트위터마저도 웹, 그러니까 PC에 기반하고 있다. 한데 세상은 너무 빨리 ‘모바일’로 진화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모바일 버전이 있지만 어딘가 사용이 불편하고 복잡하다. 그래서일까, 페이스북의 올 1분기 광고 매출은 지난해 4분기보다 8% 줄었다. 구글의 1분기 광고 수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또 하나 인스타그램은 글자(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중심 SNS다. 대부분의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장착된 시대다. 사람들은 그때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이미지로 공유하고 싶어 한다. 트위터 같은 ‘메시지의 홍수’, 페이스북처럼 지나친 자기정보 노출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보다 확실히 낡았다. 때마침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30일 “구글과 페이스북이 앞으로 5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애초 스마트폰 세대의 감성과 사용 방식에 기반하지 않은 사업모델은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금으로선 상상이 잘 안 되는 일이지만, 실제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급격한 트렌드 변화를 못 따라잡아 단기간에 기업의 명운이 바뀐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서운 건 이 냉혹한 세계에서 단 하나 애플만이 최악의 전망에서 현재 거의 완전하게 비켜서 있다는 거다. 지금의 모바일 혁명 자체를 열어젖힌 주인공이 바로 애플인 까닭이다. 우리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길 염원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글= 이나리 논설위원
사진= 강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