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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참가자 “ 가져온 옷 절반 두 시간 만에 팔려 놀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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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배경찰서 앞 복개도로에서 ‘서초 토요문화벼룩시장’이 열렸다. 자신이 쓰던 물건을 돗자리에 펴놓고 파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려고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행사에는 서초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 신청을 한 650여 팀이 참여했다.

지갑이 홀쭉해도 즐거운 쇼핑이 가능한 곳이 있다. 새 물건은 아니지만 눈썰미가 좋으면 내게 딱 맞는 옷·액세서리를 찾을 수 있다. 값이 1만원도 안 되는 물건이 허다하다. 흥정을 잘하면 더 싼값에 살 수 있다.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작품과 음악가들이 펼치는 거리음악회 감상은 덤이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방배경찰서 앞 복개도로는 매주 토요일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주민들이 잘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파는 ‘서초 토요문화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오전 11시 사당역 13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한 블록을 지나니 왼쪽에 이수역 방향 도로가 보였다. 좌판을 벌인 사람들과 물건을 고르는 이들로 가득했다.

 전문 장사꾼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정든 물건을 들고 나온 주민도 많았다. 줄무늬 티를 맞춰 입은 한 커플이 조그만 원목 탁자 위에 옷·액세서리를 펼쳐놓은 채 팔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손님이 탁자를 사고 싶다며 가격을 물었다. 보기 드문 흥정이 시작됐다.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주부는 덥다고 보채는 아이 때문에 서둘러 귀가하려고 옷과 액세서리를 500원씩에 팔았다. 넓은 챙 달린 모자와 선글라스로 패션을 뽐내던 아가씨는 손님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빠트리지 않았다.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모습도 다양했다. 각각 한 손엔 구입한 물건을 담은 봉지를 들고 두 손을 꼭 잡고 거니는 노부부, 갓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젊은 새댁이 보였다. 아주머니들은 괜찮은 옷을 찾으려고 돗자리에 쌓여 있는 옷더미를 뒤지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버지 손을 잡은 아이는 신기한 듯 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회색 수트에 행커치프까지 한 젊은 신사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살폈다.

 이날 벼룩시장에는 주민 650여 팀이 나와 물건을 팔았다. 참가 지원자 1200여 명 중 당첨된 이들이다. 서초구민은 뽑힐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역 주민도 참가 신청할 수 있으며 당첨비율이 40%에 이른다. 외국인·독거노인 각각 15명을 위한 자리는 따로 마련됐다.

 친한 언니·동생 사이라고 밝힌 직장인 이향(26)·박수진(24)씨는 “정말 많이 팔았다. 캐리어·상자·종이백에 담긴 옷을 다 풀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렸다. 갖고 온 물건의 절반 이상이 두 시간 만에 팔려 놀랐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에 사는 김혜정(53)씨는 언니 김유순(67)씨와 함께 벼룩시장에 왔다. 혜정씨는 “아가씨들이 자신이 썼던 물건을 파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예쁘다. 저절로 그런 물건에 손이 가 사게 된다”며 물건 든 봉지를 들어 보였다. 옆에 있던 유순씨는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에게서 돈피 장갑을 1000원에 샀다”며 “조그만 구멍이 나긴 했지만 수선하면 쓸 만할 듯하다”며 물건을 보여줬다.

 부인과 함께 나온 김준성(68)씨는 “가끔 이 곳을 들른다. 물건 값도 싸고 보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다”며 “오늘은 바지와 셔츠를 샀다”고 말했다.

 벼룩시장 한 쪽에서는 ‘예술시장코너’가 열렸다. 수공예 전문가들이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강정아(25) 작가는 “등산용품 로프·비너로 팔찌를 만들었다. 로프로 하나하나 매듭을 지어 완성했다”며 “아웃도어 스타일을 연출할 때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만든 물건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참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로 옆에는 ‘창작예술체험코너’도 있었다. 어린이들이 강사와 함께 ‘누름꽃 공예 체험’, ‘발도르프인형 만들기’ ‘톨페인팅&폼아트’에 참가했다. 성인도 참가할 수 있다. 발도르프인형 만들기 강사 김영미(43)씨는 “재료비 3000원~1만원만 내면 인형을 만들어 갖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벼룩시장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 ‘농부의 시장’도 열렸다. 서초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지방 시·군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한다. 오후 1~2시 열리는 ‘거리음악회’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날 벼룩시장을 방문한 진익철(61) 서초구청장은 “뉴욕·멕시코시티 등에 있는 활성화된 벼룩시장처럼 이 곳도 명소로 만들겠다”며 “앞으로는 시장이 열리는 장소 양 옆으로 난 일방통행로를 막아 시장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벼룩시장 참가 신청 방법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은 먼저 서초구청 홈페이지(www.seocho.go.kr)에서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가입 신청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다. 구청 홈페이지에서 ‘분야별 정보→경제→벼룩시장접수’ 순으로 클릭하면 신청 페이지가 나타난다. 당첨자는 목요일 문자로 통보해준다. 문의 02-2155-6692

벼룩시장 정보

송파구 ‘나눔장터’

송파구 거여동 성내4교 둔치에서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1~4시 ‘나눔장터’가 열린다. 주민들이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팔 수 있는 곳이다. 판매되는 물건은 주로 유아용품·도서·의류다. 아이들을 위한 목공예 만들기 체험교실, 페이스페인팅 등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송파구청 클린도시과에 신청하면 나눔장터 안내도우미, 주변 정리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물건 판매자는 장터가 열리기 30분 전에 도착해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판매 신청은 장터가 열리기 전날까지 클린도시과 또는 송파재활용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할 수 있다. 판매자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문의 02-2147-2865(클린도시과)
02-431-6190(재활용센터)

강남구 ‘온(溫)가족 나눔장터’

강남구 개포동 건강가정지원센터 앞 도로에서 2인 이상 가족이 함께 참가하는 ‘온가족 품앗이 나눔장터’가 열린다. 행사는 4~11월 중 7, 8월을 제외하고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린다. 개장 시간은 오전 11시다. 장터에서는 체험부스, 다문화 홍보부스, 먹거리 장터도 운영된다. 이달만 셋째 주 토요일인 19일에 열린다. ‘성폭력예방 인형극’ ‘우리가족 쿠킹짱 선발대회’ 등도 진행되는데 이들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12일까지 신청해야 한다. 물건 판매 신청은 행사 전날까지 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하면 된다. 판매자 30가구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물건을 파는 학생에게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 판매자들은 수익금 일부를 소외 이웃을 위해 기부해야 한다. 문의 02-3412-2222

서래마을 ‘요디스 바자’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에선 벼룩시장 ‘요디스 바자’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6시 열린다. 행사는 카페 ‘스퀘어가든’과 이곳에서 20m 떨어진 개인사무실 ‘서래컨시어지’에서 열린다. 판매 물건은 주로 중고 의류, 액세서리, 신발이다. 물건 판매 신청은 행사 전날까지 인터넷 블로그(blog.naver.com/de_seorae)에서 하면 된다. 판매자 12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1인당 5000원의 참가비를 모아 전액 중앙아시아 북부에 있는 키르기스스탄 선교기금으로 쓴다. 잡지사 편집장 출신 출판업자 조은영씨와 그의 지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개인물건을 정리하려고 2009년에 처음 열었다.

문의 02-599-6163(서래컨시어지)

야간 벼룩시장 ‘블링나이트 플리마켓’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선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 5~10시 야간벼룩시장 ‘블링나이트 플리마켓’이 열린다. 의류, 신발, 수제 액세서리 등이 판매된다. 물건 가격은 다양하다. 디스크 자키가 트는 음악을 들으며 맥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행사 중에 ‘1000원 경매’도 열린다. 물건 판매를 원하면 패션·클럽문화 소개 잡지 ‘더 블링’의 홈페이지(www.thebling.co.kr)에서 신청해야 한다. 행사 일주일 전 신청자가 쓴 판매품목·테마 등을 판단해 50명을 뽑는다. 신청자는 주로 20~30대 대학생·사진작가·음악인·직장인이다.

문의 www.kunsthalle.com
(플래툰 쿤스트할레)

13일 열리는 ‘서래섬 벼룩시장’

‘2012 한강 서래섬 유채꽃 축제’의 하나로 서래섬 벼룩시장이 13일 오후 1~6시 열린다. 자원 재활용으로 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작년에 시작했다. 올해 벼룩시장에서는 판매자 50팀이 의류·유아용품·액세서리·도서 같은 다양한 중고물건을 팔 예정이다. 판매할 수 없는 물건은 새 제품, 화장품, 상업적으로 팔던 재고상품, 오래 보관했으나 사용하지 않은 것, 음식물, 동식물, 약품, 불법복제 CD·DVD 등이다. 판매자가 자유롭게 판매가를 정할 수 있으나 물건 1개 값이 3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1만원이 넘는 물건을 팔 때는 반품·교환이 가능하도록 구매자가 연락처를 받을 수 있다.

문의 02-3780-0796
(한강사업본부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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