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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 끝없는 궤변·꼼수·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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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 속에서 이정희 공동대표의 당권파 행태에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직 보호를 위해 논리나 원칙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비당권파 쪽에선 “궤변으로 ‘사실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①궤변=김선동 의원의 ‘되살아난 풀’ 이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8일 투표함에서 여러 장이 붙어 있는 ‘뭉텅이 투표용지’가 발견된 게 “풀이 다시 살아나 다시 붙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개표하면서 투표용지를 나란히 쌓아놓다 보니 노란색 끈끈이가 다시 붙어 그렇게 됐다는 거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9일 트위터에서 “김 의원님, 특허출원하시죠. ‘접착력 되살아나는 풀’이라고요”라며 “(당권파의) 억지가 이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대표는 당 진상조사위가 온라인 부정투표를 지적하자 “한곳에 모여 있는 노조원들이 현장에서 같은 컴퓨터에 접속해 투표하면 동일 IP(인터넷주소) 투표가 불가피하다”며 “이를 부정으로 모는 건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각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40~50명이 동일 IP로 투표한 사례를 적발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②꼼수=이 대표는 10일 재소집된 전국운영위 회의 개최를 알리는 공문을 ‘전국운영위 의장’ 자격으로 발송했다. 앞서 4일 파행으로 얼룩졌던 같은 회의에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의장직을 사퇴했던 그였다. 그의 번복은 의사봉을 비당권파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두뇌’로 통하는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인이 “당원 총투표를 통해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도 ‘시간 벌기 작전’으로 통한다. 5월 31일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돼 이 당선인이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 되면 이 당선인 마음대로 사퇴할 수도 없게 된다. 총투표라는 카드로 논란을 일으켜 임기 시작까지 20여 일을 끌어보자는 계산이라는 거다.

 ③트집=이정희 대표는 진상조사위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선거부정 혐의를 받는) 당원들에게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았다”며 부실조사를 지적했다. 앞서 회의에서도 “(진상조사위 활동 기간은) 내가 다른 공동대표에게 당무를 부탁하고 휴가를 갔던 때”라며 발뺌했다. 그러나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는 “조사위는 (이 대표를 포함한) 공동대표단 합의로 구성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조사단 활동을 합의해놓고 당권파에 불리한 내용이 확인되자 트집을 잡고 있다는 거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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