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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의 반격 “당권파 석고대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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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0일 오후 3시30분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당권파가 단독으로 공청회를 열어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마녀사냥’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회견이었다. 그는 “1차 조사에서 미흡한 점은 2차 심층조사를 통해 보완해 나가겠지만 1차 조사 결과만으로도 총체적 관리부실 부정선거라는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실·부정선거에 대해 (당권파는)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회견장 밖에서 기다리던 당권파 김선동 의원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당 공동대표단이 전권을 맡겼던 진상조사위를 ‘조준호 진상조사위’라고 불렀다. 개인의 위원회로 격을 낮춰버린 것이다. 진상조사보고서도 ‘정치공작보고서’ ‘부실한 보고서’ ‘허위보고서’라고 규정한 뒤 “(전날) 공청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할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불참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전형적인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금은 ‘분당선(分黨線)’ 위에서 아슬아슬한 게임을 하고 있다. 누구도 분당을 하겠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당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당권파 쪽이 그렇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의 진로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경선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내가 화합할 가능성이 굉장히 적어질 것”이라거나 “신뢰가 매우 크게 무너졌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통합할 때 절대로 갈라지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키겠다”고 했다.

 비당권파 측의 당권파에 대한 불신은 그 이상이다. 하지만 국민참여당 출신 유시민 공동대표는 현재 “분당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찾기 어렵고, 실제로 분당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던 경험이 있는 평등파(PD계열) 심상정 공동대표도 직접 분당을 언급하진 않는다. 서로 압박은 하면서도 명분을 잃지 않으려는 양상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치는 10일 열리는 운영위원회와 12일 중앙위원회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비당권파는 운영위에서 현재의 공동대표단을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인선하고, 중앙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안 및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총사퇴 권고안을 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당권파는 이를 모두 반대한다. 그래서 10일과 12일의 양대 위원회가 사실상 ‘분당대회’가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양측의 대치상황이 심화되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주도하는 범야권 원로그룹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는 “당내 경선 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당내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하라”고 촉구했다.

김경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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