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강희대제'

중앙일보

입력

'강희대제(康熙大帝) ' 는 중국사 혹은 청사(淸史) 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대중적 소설이다.

좋은 읽을거리로서의 대중소설이 메시지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보여준다.

우선 중국 최고 권위의 마오둔(矛盾) 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국에서는 올해의 아시아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던 작가 얼위에허는 서문에서 역사서라기보다는 독자의 흥미를 위한 서술을 약속했고, 이 약속은 서술 내내 지켜진다.

게다가 강희 재위시의 역사적인 사건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어 강희대제 재위 60여년간(1662~1722) 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당시 30만명의 만주족이 조직한 팔기군으로 1억5천명의 한족을 통치하기 위해, 그리고 다수의 백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제왕상(帝王像) 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권력 무협지' 그 이상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만주족이 소수 민족으로서 청조(淸朝) 를 건립하고 2백68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중국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누르하치가 여진 부족들을 팔기로 조직하고, 이를 기초로 홍타이지와 순치제가 청조의 면모를 갖췄으며, 강희제가 제반 통치제도의 기초를 확립하고 옹정제가 이를 제도화했기 때문이었다.

명조(明朝) 붕괴 후 중국 제국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만주족 지도층의 중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를 토대로 했음을 이 소설은 알려준다.

12권의 '강희대제' 로 중국 역사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양가 있는 대중소설' 로 중국 정치가들의 자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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