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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부자들 "국적 옮겨"…세계경제 '올랑드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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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58)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6일 밤(현지시간) 파리의 바스티유 광장은 “살뤼 사르코지!(사르코지, 안녕!)”를 외치는 인파로 뒤덮였다. 17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사회당은 프랑스 대혁명의 발상지인 이곳을 승리 축하의 장소로 잡았다. 군중의 절반 이상은 20, 30대 청년이었다. 이들은 이제 새날이 왔다고 믿었다. 대학생 장뤼크 뤼토드(22)는 “이제 사르코지 유산을 쓸어버리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산 대상으로 연금 개혁, 대학 지원금 축소, 재정 긴축 등을 꼽았다.

 올랑드는 선거전 내내 “이제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외쳤다. 그가 말해온 ‘변화’는 사르코지의 정책들을 뒤집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공공부문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교사 6만 명 등 공무원을 늘리고, 최초 연금 지급 시기도 다시 60세로 낮추겠다고 했다. 모두 경제위기 속에서 허덕여온,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받아온 유권자들이 반길 만한 내용이다. 올랑드는 무슨 돈으로 공무원을 늘리고, 연금 지급 시기를 다시 당길지에 대해 정확히 말한 적이 없다.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의 ‘수퍼 리치’에게 75%의 세금을 물리고, 100만 유로 이하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도 41%에서 45%로 인상하면 된다는 큰 그림만 얘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당 전통의 ‘증세→공공 지출 확대→경기 부양→경제 성장→고용 증가’ 처방을 불안하게 보는 사람이 많다. 파리 부촌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는 “올랑드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 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일부 연예인과 축구 선수를 포함한 큰 부자들은 이미 영국 등 이웃 나라로 국적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프랑스의 국가 신용도 문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웃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에도 재정위기가 불어닥쳐 자국으로 경제난이 번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올랑드가 내건 공약들은 표를 얻기 위한 것일 뿐 정말로 이행하려는 것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올랑드가 유세 중 공언한 긴축정책 수정의 방향이나 폭은 연쇄적으로 이뤄질 외교 회동에서 단초가 드러날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를 조속히 만나고 싶다며 베를린으로 초청했다. 성사되면 두 사람의 첫 대면이다. 메르켈과 올랑드의 이른바 ‘메르콜랑드’의 정책 공조 가능성을 시험할 자리다. 그리고 이달 18~19일에는 미국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한다. 올랑드가 시장(market)과 동맹국, 유권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묘안을 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긴축 반대’ 공약한 올랑드 #메르켈 “빨리 만나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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