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려했던 계열사 뱅크런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려했던 뱅크런은 없었다. 전날 영업정지가 결정된 한국저축은행의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 서울 중구 북창동 본점은 7일 대체로 차분한 표정이었다. 본점 창구 입구에 ‘한국저축은행과는 별도의 독립된 회사로 한국저축은행 영업정지와는 상관없이 정상영업 중’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조문규 기자]

“요즘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넣어두고 불안에 떠는 사람이 있나요.”

 7일 오전 한국저축은행 계열의 진흥저축은행 서울 북창동 본점. 만기된 예금 1500만원을 찾으러 왔다는 주부 채모(35·서울 성북동)씨는 “불안해서 예금을 찾으러 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한 뒤 출입문 밖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4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진흥저축은행을 비롯한 주요 저축은행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진흥저축은행 본점엔 문을 열기 1시간 전부터 20여 명의 예금자가 찾아와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다음 날 계열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에 수백 명의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마감까지 영업정지 저축은행 계열사인 5곳(부산솔로몬·호남솔로몬·진흥·경기·영남저축은행)에서는 총 39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인출 속도도 오후로 갈수록 많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은행을 찾은 고객의 표정에서도 불안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55)씨는 “예금 3500만원이 만기가 돼서 찾으러 왔다”며 “만약 만기가 아직 안 됐더라면 영업정지가 되든 말든 그냥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찾은 예금을 다시 맡기고 돌아가기도 했다.

 긴장했던 건 오히려 저축은행 쪽이었다.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이날 세 명의 직원이 파견됐고 지하 강당에 50석 규모의 설명회 장소도 마련했다.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미래·솔로몬·한국·한주저축은행)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한국저축은행 영업정지 설명회에는 60여 석의 좌석 중 15개의 자리만 찼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이렇게 고객 반응이 차분한 건 ‘학습효과’ 때문이다. 현장에 나온 예보 직원은 “지난해의 저축은행 ‘학습효과’ 덕분에 고객 대부분이 5000만원 이하로 예금을 맞췄다”며 “이 상태라면 앞으로 3일간 예정된 설명회 일정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덕분에 큰 혼란을 덜었다는 반응도 있다. 한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영업정지 조치 전 임석 회장이 언론에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5000만원 이상 예금자가 미리 예금을 빼간 덕분에 혼란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2일 253억원에 달하던 5000만원 이상 예금액은 영업정지 직전인 4일에는 121억원까지 줄었다.

 금융당국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안종식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 지난주에 비해 훨씬 차분한 분위기”라며 “모든 계열사가 예수금 대비 22%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뱅크런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