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기에 가득찬 … 대나무에 미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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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라규채씨가 9일부터 전시하는 번호 Bamboo 019의 작품(가로 210㎝, 세로 140㎝). 바람이 불 때 흔들리는 대나무를 카메라 노출을 3분 가량 줘 촬영했다. [사진 라규채]
라규채

‘대나무의 사진작가’ 라규채(53·담양군청 홍보계장)씨가 9~22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제목은 ‘Bamboo, 空에 美親다’. 대나무(Bamboo)의 비움(空)에 미친다는 뜻이다. 라씨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나무의 고장인 전남 담양군의 죽녹원 등에서 촬영한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우주의 본질인 공(空)의 개념을 대나무를 소재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끌어들여 대나무의 다양한 색을 풀어냈다. 라씨는 “대나무 하면 푸르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가을·봄에 한 번씩 낙엽이 지는데 특히 봄철 새싹이 나오면서 지는 잠깐의 대나무 단풍은 영롱할 정도로 맑고 컬러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적 물질에는 실체가 없다. 모든 물질의 존재 중심에는 공(空)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씨는 “라규채의 사진은 대나무 형(상)과 대나무 색(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리의 형색(形色)에 다가서려 한다. 그 방법을 ‘미세하게 흐르는 파동과 진동’에서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라씨는 광주대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고향인 담양의 대나무를 주 소재로 작업해 오고 있다. 그간 개인전을 7차례 열고 그룹전에 50여 차례 참여했으며, 5권의 사진집과 포토에세이집을 냈다.

 문의 011-629-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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