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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PC서 서울·대구·전북 … 주소 다른 39명 중복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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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3월 14~18일)이 한창 진행 중이던 3월 15일. 동일한 아이피(IP·인터넷 프로토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PC의 고유 주소)로 이날 하루 동안 21번의 투표가 이뤄진다. 하나의 컴퓨터로 누군가 투표를 21차례 했다는 얘기다. 한 사람이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가며 특정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대리투표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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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이 IP로 투표한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여성 고령자였다. 이 IP로 처음 투표한 이는 73세 여성이다. 41분 뒤 46세 여성, 2분여 뒤 또 46세 여성, 또 2분여 뒤 71세 여성…. 이런 식으로 2분여 뒤 다시 60세·75세·75세 여성이 차례로 투표한다. 당 관계자는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려는 누군가가 여성 고령자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목록을 구해 대리투표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3일 통합진보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보고서에 담긴 온라인투표 부정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고서에는 ‘하나의 IP로 39번 중복투표가 이뤄졌는데, 투표자가 기입한 주소가 모두 다른 경우’도 있다. 이 IP에서 투표한 이들이 등록한 주소는 서울·경기·대전·대구·전북 등으로 다양하다. 하나의 IP에서 47번이나 중복투표한 사례도 있다. 보고서는 “특정 IP의 중복 대리투표가 개별 IP 투표를 압도할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일 진상조사위는 “동일 IP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진 투표 행위에서 대리투표 등 부정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 사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대리투표가 얼마나 심각하게 이뤄졌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노동현장에서는 컴퓨터가 하나니까 여러 명이 와서 투표하는 경우가 있어 동일 IP가 꼭 부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일각의 반론은 무색해졌다.

 보고서는 온라인투표를 ‘총체적 부실’로 규정했다. 여러 차례 불필요한 시스템 접근으로 투표 데이터 조작을 자초했고, 관리지침도 지휘체계도 없었으며, 안정성과 보안성 결여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투표 도중 소스코드를 열람한 것도 그런 사례다. 온라인투표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투표 중인 3월 17일 일부 PC에선 특정 후보만 뜨는 오류가 5분 정도 이어졌다. 그 시간 동안 23명이 투표를 했다. 보고서는 “이런 환경에서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게만 투표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당 중앙선관위는 이미 진행된 투표에 대해 달리 조치할 방법이 없어 (투표 현황을) 프로그램 수정 이전 상태로 돌리는 조치만 했다”고 지적했다. 23명의 투표는 검증 없이 삭제된 것이다.

 또 소스코드가 오픈된 과정에서 엉뚱한 부분이 수정됐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3월 18일에도 소스코드가 오픈된 적이 있는데, 이때는 ‘투표 창의 이미지 동작 오류 수정’으로만 이유가 적혀 있을 뿐 별다른 설명이 없다. 이런 식으로 투표기간 중 소스코드가 열람된 사례는 모두 4번이었다.

 보고서는 투표 데이터를 2회 수정한 사실도 담고 있다. 투표 마감 후 온라인과 현장투표를 하거나, 기표 오류로 인해 임의적으로 데이터를 초기화해 다시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유권자 정보가 중간에 수정된 경우도 67차례나 있었다. 보고서엔 ‘유권자 명부가 확정된 이후 휴대전화 번호 오류 등으로 번호를 수정 등록했다’고 돼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조사위는 유권자의 일부를 직접 조사했는데, 이들 중에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도 있었다. 조사위는 “유권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상당수의 유권자가 누락돼 있어 명부의 신뢰가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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