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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린 마당

각본 얽매인 정책설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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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벌써 전임 부총리 얘기가 됐지만 사람이 바뀌었다고 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돼 글을 쓴다.

지난달 25일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미국 상공회의소 오찬 모임에서 올해 경제운용 정책을 외국기업인들에게 설명했다. 한국 경제총수의 설명이라 외국인들은 주의 깊게 들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호명에 따라 다섯 명이 준비된 질문을 했고, 부총리 역시 준비된 답변을 일사천리로 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 부총리가 거론하지 않은 환율 문제에 대해 질문하려 손을 들었으나 사회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전에 질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설명인즉 각료급 강연의 경우 질문을 미리 제출해야 하고 승인된 질문만 할 수 있다는 협약(?)이 있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참여 정부'에서 특별히 주장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경제각료가 외국기업인들에게 경제정책을 설명하는데 구태여 각본을 짜서 입맛에 맞는 질문만을 받을 정도로 자신이 없는가. 혹은 청중을 불신하는가. 외국인들이 한국 관료에 대해 썩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어왔다. 행여 이런 행태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장성현.독일친선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