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노사협상 타결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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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반대하며 지난 18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여온 한국통신 노조와 사측이 22일 새벽 협상을 재개, 핵심쟁점 6개항에 완전 합의함으로써 5일간의 파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노사양측은 파업돌입 이후 연일 밤샘협상을 계속하면서 절충을 벌였으나 구조조정시 `노사협의'를 고수하는 사측에 대해 노측이 `노사합의'를 주장,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도출에 난항을 거듭했다.

노사양측의 팽팽한 대결국면이 계속된 상태에서 타결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 오전. 노측이 `구조조정시 노사협의'를 포함한 6개항의 합의내용을 노조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함으로써 한통 파업사태는 일순 해결의 가닥을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들어 일부 항목에 이견이 노출되면서 협상이 암초에 걸렸다.

114안내, 선로유지보수, 콜센터, 전화가설업무 등 4개부서의 분할.분사와 관련해 노측은 중단을 주장했고, 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 노측은 결국 협상결렬을 선언함으로써 협상을 원점으로 돌렸다.

협상이 중단된채 교섭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21일에는 서울지하철노조가 연대투쟁을 결의한데 이어 6개은행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노동계의 파업이 확산되면서 한통 파업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오후 11시께 이계철 사장이 한국통신 광화문 사옥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협상타결 임박을 알렸고 이어 이동걸 노조위원장이 도착, 5시간을 넘는 마라톤 협상끝에 22일 새벽 5시30분 두사람이 합의서에 서명, 5일간의 파업사태를 마감했다.

이번 협상에서 노측은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접수를 추가연장하지 않고 종료한다는 조항을 관철시킴으로써 당초 3천여명으로 예상되던 인력구조조정 규모를 대폭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유휴인력에 대한 대기발령을 할 수 있는 사측의 인력풀제 운영방안을 전면 철회토록 하고, 민영화추진은 노사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하는 등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고 자체 평가, 최종합의문에 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이동걸 위원장 등 파업지도부 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데다 사측이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노조간부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강력 대응방침을 정한 것도 노조집행부가 파업을 장기적으로 끌고가기에 부담으로 작
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측은 이번 노사협상에서 민영화추진시 노사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다루며, 구조조정시에도 사전에 특별위원회를 구성, 노조측과 협의한다는 조항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민영화 및 구조조정 추진때 노조의 개입을 허용하는 불씨를 안게 됐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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