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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앨런이 '그린치'를 누르다

중앙일보

입력

우디 앨런의 새영화 '스몰-타임 크룩(Small-time crook)'이나 지난 몇 주 동안 미국을 강타한 '그린치', '파리넬리'의 감독 제라르 꼬르비오의 새영화 '루아 당스(Le roi danse)', '유주얼 서스펙트'의 시나리오작가 크리스토퍼 맥커리가 5년만에 다시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한 '웨이 오브 건(Way of the Gun)' 등 화제작들이 많이 개봉한 이번주도 디즈니의 '다이너소어'가 1백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별다른 무리없이 2주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번주의 가장 큰 이변은 591개 극장에서 개봉한 (당연히 대박을 예감하고 있던) 짐 캐리의 크리스마스 코미디 '그린치'가 30십만도 못미치는 관객만을 동원했고, 406개 극장에서 개봉한 우디 앨런의 새영화 '스몰-타임 크룩'에도 밀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그린치'도 우디 앨런앞에서는 입을 다물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로서 '사기꾼 그러나 지나치지 않은(Escrocs mais pas trop)'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스몰-타임 크룩'은 "미국 감독 우디 앨런이 프랑스에서 더 환영받고 있다"라는 종전의 입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은행을 털 생각으로 은행주변의 가게를 얻은 레이(우디 앨런)는 계획한 바와 달리 위장으로 시작한 부인 프렌치(트래시 울먼)의 쿠키장사가 예상외의 성공으로 일약 백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돈은 있지만 상류사회에 들어갈 수 없는 절망감과 부도로 인해 레이가 돈이 생기면 가고싶었다는 마이애미로 결국 떠나려 한다.

'스몰-타임 크룩'은 근래 우디 앨런이 보여준 현대 소시민적 강박관념이나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지식인적 모습을 탈피하고 '돈을 갖고 튀어라'나 '브로드웨이 데니 로즈'와 같이 그의 초기작들에 나타난 슬립스틱 코미디로의 회귀를 보여주었다. 가벼운 코미디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밝힌 우디 앨런은 트래시 울먼같이 TV 코미디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배우나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로 알려진 휴 그랜트 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 나간다.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간을 "끔직한 사람과 비참한 사람(the horrible and the miserable)"으로 나누고 "아직도 자신은 비관적 삶을 산다"라는 우디 앨런에게서 나오는 요절복통 코미디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세기 마지막 연말을 맞이한 영화계는 올해의 영화를 선정하느라 사뭇 분주하다. 특히 주간지 뗄레라마에서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과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포함한 후보작들 중에서 올해의 영화를 선정하여 다시 개봉을 한다고 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결과는 내년 1월초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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