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 땜질처방 이제 그만]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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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도 농민들의 시위는 자주 벌어진다. 주로 외국산 농산물 수입금지나 농산물 가격폭락 대책 요구가 농민들이 내거는 이유다. 우리처럼 "빚 때문에 못살겠다" 는 시위는 흔치 않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미국 정부가 러시아로의 양곡수출을 중지시키면서 공급과잉으로 농지가격이 급락하고,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을 회수하면서 전체 농가의 4.2%가 파산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당시 미 행정부는 영농자금을 추가로 빌려주거나 세금으로 이자를 깎아주는 식의 직접지원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대신 보조금 지급을 늘려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한편 연방신용법과 각 주의 파산법 등을 개정해 금융기관이 농가를 쉽게 파산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농가와 개별 협상을 거쳐 부채상태.사업성.상환능력 등을 감안해 빚을 깎아주거나 상환을 연기시키고 회생불가능한 농가는 파산시켰다.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들도 미국의 부채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일본 농정을 주로 모방한 탓에 부채대책도 우리와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업금융의 금리인하, 정책자금의 장기상환은 물론 6년간 6천억엔의 경감자금을 어려운 농가에 직접 지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돈만 빌려준 데 그친 반면 일본은 농협직원.공무원들로 '농가 경영관리지도단' 을 구성, 농가별로 전임자를 배치해 ▶자산처분을 포함한 자구노력 지도▶대출조건 완화를 위한 금융기관과의 대리 협상▶장부정리.회계 등 경영지도사업 등을 벌였다.

정책자금도 대부분의 국가에는 없고 유럽공동체(EU) 차원의 후계자.시설현대화자금, 프랑스.독일 정부의 농업자금(AFP)과 같은 것이 일부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지도 않고, 선정.사후관리도 금융기관의 책임아래 이뤄진다. 우리나라처럼 정책자금을 농업금융기관이 독점 운영하지도 않으며, 농민을 주로 상대하는 금융기관들이 농민들에게 적합한 금융상품들을 개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움말=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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