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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 야구에서 방송으로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선수중 극히 소수는 은퇴한 후에도 장미빛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즉,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방송계에 데뷔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이런 선수들은 현역 시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인물이 좋으며, 잘 알려진 선수이다.

이것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일본 스포츠계의 전반적인 현상인 것 같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은퇴 후 먼저 중견급 뉴스 프로그램의 스포츠 담당 앵커가 되는 경우다.

한 예로 80년대 후반에 활약했던 마라톤선수중에 마쓰다 아케미(여, 36)라는 선수가 있다. 키가 150cm 정도인 마쓰다는 외국인과 같이 달리면, 마치 어린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쓰다는 쟁쟁한 외국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적이 많았다. 아쉽게도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마쓰다는 그 후 마라톤 전문 리포터로 데뷔했다. 마라톤을 해설한다든가, 신인 선수를 취재하고, 인터뷰하는 일이 마쓰다의 역할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 보면, 선수 출신의 리포터 기용은 그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고, 선수를 대면할 때도 기자출신 리포터보다 더 친근감을 줄 수 있어 취재하는데 이점을 갖는다. 선수 입장에서 봐도 리포터가 마쓰다 같이 유명한 사람이라면, 무명의 리포터보다 더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할 수도 있다. 시청자들 역시 마쓰다를 보면서 현역시절 그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 때문에, 은퇴한 유명선수가 스포츠 리포터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참고로 마쓰다는 지금 마라톤해설 이외에, 수필 활동, 각 분야의 방송프로 출연 등 활동영역을 다양하게 넓혀 가고 있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사람은 연기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쇼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되며, 어떤 사람은 개그계에 데뷔한다.

프로야구의 경우 특히 요미우리 출신 선수가 방송에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요미우리의 시합은 거의 모두가 전국에 방송되고, 그 시청률도 20%를 넘나든다. 게다가 요미우리의 모회사 중 하나인 니혼TV는 민간방송사 중에 1위 2위를 다투는 큰 회사다. 때문에 요미우리 선수들는 현역시절부터 니혼TV 관련 프로에 많이 출연하고, CF에도 많이 나온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퍼시픽리그 최하위 구단의 실력있는 선수보다 요미우리의 3류선수가 더 방송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필자가 아는 범위만 살펴봐도, 지금 요미우리 출신 선수중 정규 프로를 가진 사람만 해도 에가와 수구루(江川卓 야구해설, 쇼프로 사회자 등) 미야모토 가즈토모(宮本和知 드라마, 쇼프로 등에 출연), 나카하타 기요시(야구평론가, 스포츠프로 사회자 등), 사다오카 쇼지(스포츠프로 사회자, 드라마, 영화, 쇼프로 등), 등이 있다. 또 지금은 감독을 맡고 있는 나가시마감독이나 왕정치감독도 역시 방송에서 활약했던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요미우리 출신의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신 출신의 가케후 마사유키(掛布雅之 야구평론가, 쇼프로, CF 등), 롯데, 주니치, 요미우리에 속했던 오치아이 히로미츠(落合博光 야구평론가, 음반판매 등), 주니치 출신 반도 에이지(坂東英二) 등도 유명하다.

특히 반도는 프로야구 출신 선수중에 가장 연예인다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젊은이들중엔 60세인 반도가 프로야구출신임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지금은 퀴즈프로의 패널, 토크쇼, 영화 배우(연기도 잘한다), 등 활동범위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렇게. 야구팬 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게 되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도덕성이다.

특히 요즘에는 세이부의 마쓰자카나, 요미우리의 에토 문제(에토는 재팬시리즈를 앞두고 팀훈련을 이탈, 밤 늦게까지 여자와 같이 지내 구설수에 올랐다) 등 야구계에서 좋지 않은 문제가 많았다.

현역 선수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방송에 나와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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