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미사일 사거리 '300㎞' 족쇄 벗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과 미국이 현재 300㎞로 묶여 있는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늘리는 데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6일(현지시간)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사거리 연장 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조만간 발표 시기를 정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반대해 왔으나, 이번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미국 측 입장 변화의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난 22일부터 7일간 비공개리에 미국을 방문 중이다. 그는 백악관의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의 윌리엄 번스 부장관과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등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북한 전역을 목표로 할 수 있도록 미사일 사거리를 최소 800㎞로 늘리고, 탄두 중량(현행 500㎏)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를 놓고 지난해 초부터 한·미 양국은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 왔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거리 500~550㎞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사거리 300㎞와 500㎞는 기술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국의 중부권에 위치한 유도탄 사령부에서 함경북도 끝까지의 거리는 650㎞다. 따라서 사거리가 800㎞로 늘면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또 한·미 양국은 26일과 27일 워싱턴에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1차 회의를 열고 대북정책 공조방안 등을 협의했다. 한국에서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미 측에서 제임스 밀러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대리 등이 참석했다. 임 실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에)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미사일 개발 능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공했다면 이번 실험은 사거리가 1만㎞에 달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지침 개정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군 소식통은 “비공식 의제로 미사일 협정 개정 문제를 다뤘다”고 언급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사거리가 늘면 탄두 중량은 당연히 조정된다”며 “그러나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미사일 협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사거리 800㎞ 연장에 최종 합의한다 하더라도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