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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파 vs 단합파 … 헤쳐모이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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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인영(左), 이낙연(右)

27일 민주통합당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 자리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은 “초국적 기업에 맞서기 위해 삼성과 현대가 손잡았다 해도, 사람들은 불공정 거래와 독과점 담합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해찬 고문-박지원 최고위원 간 원내대표-당대표 연대를 대기업의 담합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최민희 비서실장이 이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그는 “현 지도부는 비대위를 만들기 위한 관리체제인데, 다음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그럼 관리만 하고 말도 못 하느냐”고 맞받았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후폭풍이 거세다. 원내대표-당대표-대선 후보라는 당내 권력을 놓고 ‘계파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내에선 “친노냐, 호남이냐로 싸우더니 이젠 ‘단합파’와 ‘담합파’의 싸움이냐”는 자조(自嘲)도 나온다.

 역할 분담 합의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른 대립은 ‘박(朴·박지원)’ 대 ‘비박(非朴)’의 구도와 맞닿아 있다. 박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단합’임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선 ‘담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담합이라면 그 자체로 민주당이 가야 할 가치와 방향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근태계로 유인태 후보와 가까운 사이다. 그를 반박한 최민희 비서실장은 문재인·이해찬 고문과 가까운 혁신과 통합(혁통) 출신이다.

 같은 혁통 출신인 문성근 대표권한대행은 이 문제에 직접 발언하진 않았다. 다만 문 대행 측 관계자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며 “담합 주장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혀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까지도 ‘박-비박’ 구도로 나뉜다. 문재인 고문이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개입함에 따라 다른 대권 주자들도 원내대표 경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고문은 ‘이·박 연대’에 대해 26일 ‘단합’이란 표현을 처음 썼다. 이에 대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 의원은 “문 고문이 국민 눈에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했다”며 “이번 선거가 깨끗한 이미지의 그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에만 ‘비박(非朴) 연대’가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하는 ‘비박 연대’(박지원에 맞서는 그룹을 의미)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범친노계인 정세균 고문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반대했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전병헌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순방 중인 손학규 고문은 귀국 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신학용 의원 등 그의 측근들은 28, 29일 워크숍을 한다. 핵심 관계자는 “손 고문은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국민의 뜻에 반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고문 역시 반대 입장이며, 그와 가까운 이종걸 의원도 “구시대적 담합”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자신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커지자 박지원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결속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정권교체를 위한다면 수위라도 하겠다는 말을 해왔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마지막까지 정권교체를 위해 70이라도 주라는 말씀!” 자신이 70을 갖고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30을 지닌 상대에게 양보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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