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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KTX산천 결함 57건 알고도 인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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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고철(事故鐵)’이란 불명예는 예고된 일이었다. 첫 국산 고속철인 ‘KTX산천’은 개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부실로 얽혀 있었다.

 감사원은 27일 ‘KTX 운영·안전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속철도 기술기반이 미약했던 국내 기술로 단시간에 개발과 상용화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운영 초기 고장이 다수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국토해양부 등의 조급증과 관리 부실이 문제였다.

 프랑스 고속철 TGV는 제작하는 데 보통 5년이 걸리고, 시운전 거리도 20만㎞에 이른다. KTX산천은 첫 국산 고속철인데도 제작기간 3년에, 시운전 거리는 6000~1만2000㎞에 불과했다.

 코레일은 2010년 2월 현대로템으로부터 KTX산천 60량을 인수하면서 57건에 달하는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운전 기기판 화면이 갑자기 꺼지는 ‘블랙스크린’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코레일은 무시했다. 탈선이나 전복 같은 중대한 사고를 일으킬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정작 탈선과 전복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레일패드, 선로 전환기, 분기기 등 선로에 들어가는 부품·설비의 부실도 방치했다. 이게 2010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688건에 달하는 사고와 장애로 이어졌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지난해 철도 사고 건수는 KTX산천이 운행하기 전인 2009년과 비교해 116%나 늘었다.

 차량 검사와 정비, 부품 관리에서 고속철 운영까지 허점투성이였다. 감사원은 문제를 일으킨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 총 8명을 문책 등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부실 납품한 현대로템에 대해선 별다른 처분을 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미 코레일이 현대로템에 손해배상소송 등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사 결과에 대해 코레일 측은 “거론된 직원을 문책했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KTX산천 차량의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운행편수를 줄이고 정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문인력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3월부터 기술 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숙·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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