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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웃어보세요" 새시트콤 '웬만해선…'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와 구급차 여섯 대가 골목에 빽빽히 들어섰다. 스무명 남짓한 동네 주민도 '불이라도 났나?'하며 급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재개발 대상 아파트. 군데군데 불길이 타올랐다.

이어 "큐!"하는 소리가 들리고 대여섯명의 소방관이 정신없이 달려갔다. 낯 익은 그들은 권오중·노주현 등 연기자들이었다. '동작 소방'이라고 씌어있는 방수복에 산소탱크를 짊어진 모습은 영락없는 소방관이었다. '순풍 산부인과'의 후속인 SBS 일일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18일부터 월~금 밤 9시15분)의 촬영현장이었다.

주위에는 소방본부에서 지원나온 대원들도 보였다. 스크립터가 달려와 "노주현씨가 화재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장면인데 방수복을 입고 있어야 하나요?"라고 묻자 한 대원이 "물론이죠"라고 답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에 근무하는 박충건(41)씨는 "아무리 시트콤이라도 리얼리티가 담겨야 제맛"이라며 "일반 시민들에게 좀더 친숙한 소방관의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영화 '싸이렌'이나 '리베라메'처럼 무상으로 장비와 인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웬만해선…'의 제작진은 '순풍 산부인과'와 똑같다. 김병욱 PD와 정진영·김의찬·송재영 작가가 다시 뭉쳤다. 그러나 출연진은 대부분 새 얼굴이다. '순풍…' 에 얼굴을 내비쳤던 연기자는 권오중이 유일하다.

드라마의 중심인물은 노씨 형제. 묵직한 역할만 맡아오던 탤런트 노주현이 '사고뭉치' 소방파출소장으로 나온다. 도움을 요청하면 무작정 불이 난 집으로 달려들어갔다가 되레 시민에게 업혀 나오는 캐릭터다. 은행에 다니다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한 동생 노홍렬 역은 개그맨 이홍렬이 맡는다.

작은 도너츠 가게를 운영하는 홍렬은 소방서 구급계장인 이혼녀 종옥(배종옥)과 나중에 사랑에 빠진다. 이외에 눈길을 끄는 것은 노장 탤런트 신구(64)씨의 변신이다. '한국의 아버지상'이라는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이번엔 부정부패의 주범역을 소화한다.

영업을 하다 은퇴한 그는 보약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두 형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신씨는 "시트콤엔 속도감 있고 코믹성 강한 연기가 필수"라며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기분은 더 짜릿하다"고 흥분했다.

'순풍…' 로 시트콤의 국산화에 성공했던 제작진은 '일상성'에 초점을 맞춘다. 김병욱 PD는 "지나친 희화화와 과장 연기, 비현실적인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물고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매회 에피소드가 종결되는 시추에이션 드라마의 성격과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연속극의 특성을 함께 섞을 생각이다. 타방송사의 '9시 뉴스'를 누르기도 했던 '순풍…' 의 인기가 후속 시트콤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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