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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성문화 과감히 다룬 '세계풍속사 3'

중앙일보

입력

*** 세계풍속사 3
-고트프리트 리슈케,앙겔리카 트라미츠 지음,김이섭 옮김,까치,1만2천원.

4백여점에 달하는 에로틱한 사진 도판 - . 도색(桃色) 잡지가 따로 없는 이 책을 어떻게 가늠하고 소개하면 좋을까.

1991년 이윤기 번역본으로 된 1, 2권을 이미 읽은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 책은 의도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만든 책 제목과는 달리 '性愛(sex) 의 역사' 를 다룬다.

이번에 3권이 나옴으로써 독일 크나우어 출판사에서 출간된 시리즈가 모두 번역된 셈인데, 이 책의 원제목은 '성애의 세계사' 다.

◇ 쑥스러운 담론 '섹스' =평균적 성인에게 섹스는 여전히 쑥스러운 얘기다. 3권 번역자는 "내가 알고있던 성문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실들에 당혹감을 느꼈으며,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들을 번역해내는데 애로가 있었다" 고 말한다.

실제로 출판 과정에 우리 '풍속' 의 허용치를 훨씬 뛰어넘는 일부 사진들은 제외됐다. 이런 출판 과정상의 '교정' 은 이 책의 선하(先河) 인 에두아르트 푹스 '풍속의 역사' (전4권.까치) 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선 오스트리아 출신의 문화사가인 파울 프리샤우어(1898~1977년) 가 썼던 1, 2권은 원시시대에서부터 60년대 서구의 섹스혁명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성풍속을 통시적으로 다룬다.

그는 인류사를 관통하는 힘은 '삶의 욕망' 이며 이는 인간 최대의 본능인 성적 충동에 근거한다고 본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성충동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시각에서 성욕의 통시적 현상을 보여주는 '고급 포르노' 가 그 책이다.

◇ 1, 2권과 3권의 차이=프리샤우어의 의도는 성에 대한 죄의식과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그리고 남녀 사이의 성권력 관계 등 갖가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서구의 이성만능주의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포스트모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며, 청교도주의적 도덕관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서구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볼 때 이러한 맥락을 놓쳐서는 안된다.

3권에서도 이러한 기획의도를 이론적으로 선명히 부각시킨다. 3권 부제 '마릴린 먼로에서 마돈나까지' 에서 알 수 있듯이 60년대 이후 현대적 섹스의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포르노그라피.동성애.변태.매춘, 사디즘과 마조히즘 같은 성과 폭력의 문제, 나아가 컴퓨터시대의 사이버섹스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서구에서 섹스 혁명이라 부르는 성에 대한 새로운 경향을 포용적 자세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논의대로라면 섹스혁명은 곧 인간혁명이다. 저자는 성에 대한 획일화된 가치관, 남성중심의 성문화를 비판하며 여성이 자신의 행복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여성도 자신의 성적 의지와 욕망을 표출해야 한다" 며 뭇남성들을 작아지게 하는 이 책은 궁국적으로 남녀의 이해와 조화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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