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해소에 도움 안돼" 주35시간 근무 프랑스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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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랑스가 주당 35시간 근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프랑스 하원은 22일 주 35시간 근로제 완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50, 반대 135로 통과시켰다. 이미 상원 승인 절차를 거친 이 법은 곧 관보에 게재된 뒤 공식 발효된다.

다수당인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제안한 새 법에 따르면 주 35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되, 민간부문에서 노사 합의를 거쳐 주당 4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더 일한 만큼 휴가.보수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논의의 시작=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는 지난해 12월 주 35시간 노동 규정을 개혁해 노사 합의로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1998년 사회당 정부 때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기대 속에 도입됐으나 이 규정이 경기 침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개혁을 추진해 왔다. 라파랭의 발표 이후 UMP는 연간 220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새 법안을 제출했다.

◆높아지는 불만=라파랭의 주 35시간제 완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 야당인 사회당과 노동 단체들은 반발했다. 삶의 질이 저하되고 근로자가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일을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게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 중 하나인 노동총동맹(CGT)의 무라 라비 사무국장은 "35시간제의 완화 조치는 사실상 35시간제의 폐기"라고 비난했다.

◆'실패한 실험' 35시간제=프랑스는 사회당 출신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정부 시절인 98년과 2000년 두 차례의 법 제정을 통해 법정 주당 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98년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마르틴 오브리는 32년부터 82년까지의 통계를 근거로 900만 명의 정규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10% 줄이면 추가비용 없이 약 7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사용자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법안이 목표했던 실업문제가 오히려 정식 법안이 발효된 직후인 2001년부터 악화됐다. 근로시간 축소로 업무 강도가 세지고 임금 동결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사회당의 실권으로까지 이어졌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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