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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불국사 다보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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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종이에 먹펜, 41X58cm, 2012

건축문화재를 그리면서 ‘내가 화가인가, 장인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건축문화재는 보이는 것만으로 그리기 어렵습니다. 파손되거나 잘못된 부분을 고쳐 그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와지붕의 종류, 기와의 형태, 올리는 공정을 배웠습니다. 목재 부분은 종류가 너무 많아 아직도 배우고 있습니다. 다행히 중학생 때 어깨너머로 배운 건축설계와 스케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취미로 수집했던 옛 사진엽서로 없어진 건축문화재를 재현하고, 잘못 복원된 수원 화서문이나 기념비전의 올바른 모습을 보여드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러니 저를 ‘장인’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불국사 다보탑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걸작입니다. 법화경의 기록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강도 높은 화강석을 나무처럼 다듬어 짜맞춘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요즈음 다보탑 돌사자가 기단 ‘가운데 있었다’와 ‘귀퉁이에 있었다’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았습니다.

 다보탑 사방 계단 앞에 기둥이 두 개씩 있습니다. 이 기둥 뒷면에 둥근 구멍이 있습니다. 이를 보고 여러 전문가가 “기단에 난간이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없어진 난간을 살려 보았더니 돌사자 위치가 명확해졌습니다. 난간이 있으면 기단 위는 모두 통로가 됩니다. 사자를 통로에 둘 수는 없겠지요. 기둥 사이 감실에 앉아 입구를 지키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습니까. 난간 자료를 제공해 준 KAIST 박진호 선임연구원께 감사 드립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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