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도움왕 안드레(안양L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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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날아온 환상의 프리키커

골 지역 근방에서 프리킥 기회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볼을 어루만지는 선수가 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숨을 멈춘 채 동작 하나에 시선을 빼앗기고 상대방 GK는 잔뜩 긴장한다.

그리곤 몇 걸음 물러난 뒤 오른발로 감아 찬 볼은 어느새 골포스트 사이를 지나 그물을 뒤흔든다. 관중들은 환호하며 누군가를 외친다. 눈을 한 번 비비고 귀를 쫑긋 세워 대보면 알 수 있다.

안양LG의 '루키 용병' 안드레(28·MF)다. 브라질 출신의 안드레는 2000시즌 활약한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천년 K리그 도움왕에 오른 데다 소속팀을 10년만의 정상 탈환에 톡톡히 한 몫 했기 때문이다.

한 통의 전화

페넌트레이스가 막을 내린 10월 중순 베스트일레븐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기구독 신청의 벨소리. 평범한 목소리의 아주머니는 주소와 연락처를 남긴 뒤 수취인을 '안드레'라 남겼다. 축구선수 안드레일까. 곧바로 확인해 보자 안양의 안드레가 이웃에 부탁해 대신 신청한 것이었다.

안양은 올 초 키프로스 전지훈련 중 브라질 2부리그 마릴리아클럽과 여러 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 때 조광래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수가 있었다. 가벼운 몸놀림, 안정된 볼 키핑력, 정확한 패스워크를 지닌 안드레였다.

안드레는 3월6일 계약금을 포함한 이적료 50만달러(5억5천만원) 연봉 7만2천달러(8천만원)에 2년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새 천년을 맞아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선 안양은 취약 포지션인 플레이메이커를 보강키 위해 브라질 출신 안드레를 영입한 것.

안드레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자란 전형적인 브라질리언(Brazilian). 한국말은 물론 영어 구사도 서투르다. 낯선 타향살이가 힘들만도 할텐데, 언제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동료들과도 곧잘 지낸다.

안드레는 무엇보다도 한국축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읽을 수는 없지만 베스트일레븐을 구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승하던 날

안드레의 풀 네임은 「안드레 루이스 알베스 산토스」다. 남미 출신답게 잘 갖춰진 기본기와 유연한 몸놀림에 의한 개인기를 자랑한다.

안드레의 2000시즌 공격포인트는 23점. 38경기에 출장해 9골 14도움을 기록했다. 2000삼성디지털 K리그에서는 10어시스트로 도움왕에 올랐다. 공격포인트 부문에서는 동료 최용수(24점)에 이어 전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안드레의 장기는 프리킥 능력. 9득점 중 7골을 오른발 프리킥에 의해 얻었다. 파워보다는 힘들이지 않는 절묘한 감아 차기로 정확하게 볼을 골문 안으로 박아 넣곤 했다.

이 때문에 안양과 맞붙는 상대팀은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허용할 경우 2, 3중으로 방어벽을 쌓고 대비했지만 안드레의 환상적인 프리킥에 번번이 고베를 마셔야 했다.

안드레의 계약 만료시점은 2002년 2월. 안양이 10년만의 'V탈환'에 이어 K리그 2연패를 노릴 수 있는 것도 그의 존재 때문이라면 과언일까. 우승하던 날, 조광래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 안드레를 얼싸안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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