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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나모인터랙티브 박흥호 사장

중앙일보

입력

나모인터랙티브(http://www.namo.co.kr)의 나모인터랙티브 박흥호(37) 대표는 요즘 미국에서 살다시피 한다.

지난 4월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SW)인 '웹에디터4' 최신 버전 한글판을 내놓은데 이어,10월 '미국영어판'의 현지 판매를 시작한 뒤부터다.

박대표가 이끄는 나모는 대표적인 기술벤처 기업으로 꼽힌다.자체 개발한 웹에디터는 국내 홈페이지 제작 SW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인터넷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박대표를 비롯한 나모의 식구들은 "5년 전부터 매달렸던 기술개발이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최근 수출과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혹독한 구조조정기에 부닥친 다른 IT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박대표는 국어교사에서 출발해 한글과컴퓨터에서 개발을 담당하는 등 우리말, 우리글의 디지털화에 줄곧 매달려왔다. 웹에디터 역시 "한글 과학화 작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한다.

한때 회사 경영을 총괄하기도 했지만 "내가 할일이 아닌 것 같아" 연초 공동대표를 영입해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기술책임자(CTO)일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한글 정보화와 국산 SW의 세계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제1회 소프트웨어산업인의 날' 행사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시상식 참석 및 내년 사업계획 마련차 일시 귀국한 박대표를 만나보았다.

-미국 시장에서 호평받고 국내에선 큰 상까지 받았는데.
"이렇게 큰 상인줄 몰랐다.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도 많을텐데….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했는데 혼자 상을 받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나를 이 분야로 이끌어준 고(故) 공병우 박사님 생각이 많이 난다. 미국에선 씨넷(Cnet)등에서 우리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해줬고, 고객 반응도 좋아 기대가 크다."

-기존 업체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텐데.
"기술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제품을 제압했다. 덩치는 적고 기능은 많고 속도도 빠르다.여러 평가에서 그렇게 나왔다. 대신 가격은 훨씬 싸다. 우리 제품이 70∼80달러에 팔리는데 시장 1위인 MS 제품은 1백50달러다.내년에 3위를 하는게 목표다."

-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데,뭘 하고 지내나.
"책읽고 공부하고 시장상황 체크하고 사람 만나는게 일이다. 현지 시장이 어떤지 윤곽을 잡아보자는 것이다.6개월 정도면 스터디가 끝날 것 같다.지금까지는 해외 진출 때 현지 파트너의 의견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직접 해 보고 싶다."

-공병우 박사를 통해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됐는데.
"대학 2학년때 은사 한 분이 앞으로는 글자생활을 기계로 해야 한다면서 타이핑 연습을 시켜줬다. 기계로 해 보니까 너무 좋았다.그 타자기가 공병우 타자기였다. 교사로 발령받은 뒤 우연히 공박사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남다른 업적에 절로 머리가 숙여져 편지를 보냈다.그런데 바로 답장이 왔다. 한번 보자면서 기차표까지 보내서 만나게 됐다. 연구소를 찾아갔는데,85세 노인이 혼자 연구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후 3달동안 고민하다 겨울방학 때 사표를 내고 무작정 상경해 연구원으로 눌러앉았다."

-공박사에게서 무엇을 배웠나.
"학교에서 우리 말과 글이 상당히 과학적이고 영어보다 앞선다고 배울 때는 자화자찬인줄 알았는데 진짜 그렇더라. 당시 한글 쓰기가 불편했는데 그런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완성도 높은 것을 만들기 위해 목표치를 더 높게 잡고 더 악착같이 하는 것, 탐구심을 현실화 ·체질화 하는 방법 돈은 벌 수 있어도 시간은 벌 수 없다는 것도 배웠다."

-탐구심이 많은 성격인 것 같다.
"불만이 많으면 개발 여지가 많다.나는 상당히 불만이 많은 편이다. 휴대폰 ·신발 ·가방 등 각종 상품에 상식에 어긋나는 하자가 있으면 그 회사에 항의 편지를 보낸다. 또 이것저것 뜯어보는 것을 좋아해서 제품 개발이 적성에 맞다."

-그런데 교사 생활은 왜 했나.
"등록금 싼 곳을 찾다보니 국립 사범대(부산대 국어교육과)에 가게 됐다.교사 생활은 3년 정도 했다."

-웹에디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공박사 밑에 1년 정도 있다가 90∼95년까지 한글과컴퓨터에서 아래한글 개발팀장을 맡았다.95년말 회사를 만들었는데, 가장 자신있는게 문서편집기술이었다. 당시 인터넷이 본류가 돼 가고 있었고 웹페이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우리가 만든 SW를 우리나라 국민이 더 사랑하도록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3년이면 달성할줄 알았는데 5년이 걸렸다. 이제는 거의 문턱에 왔다. 두달 전 미국에 갔을 때 양판점에 우리 상품을 올려놓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compUSA에 두 줄로 꽂혀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이제 열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귀국 직전에 보니까 매장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나 있더라."

-앞으로의 목표는.
"세계시장이 5천억원 규모인데 10%만 차지해도 5백억원이다. 올해 1∼2% 정도 했다.회사 매출은 작년에 35억원, 올해는 75억원에 이를 것이다. 내년 목표는 1백35억원이고,절반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인터넷이 있는 한 시장은 계속 커진다. 지금 4.0버전을 내놓았는데 최소한 10.0버전까지는 갈 것 같다."

-연초 공동대표를 영입하면서 CTO로 물러앉았는데.
"창업 초기부터 사장 하기 싫어서 도망다녔다. 사업은 내가 할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지금도 재무제표 볼 줄을 모르는데 무슨 사장을 하나. 내 머리 속에는 제품 개발할 목록만 잔뜩 쌓여 있다. 사장 자격도 없다. 사장을 맡았던 분들(김형집 ·김흥준)이 회사를 나가는 바람에 98년초 어쩔 수 없이 맡았다가 올해 두분을 다시 모시게 돼서 내놨다."

-벤처 환경이 어려운데,후진들에게 해줄 말은.
"길게 보는 회사가 돼야 한다. 몇달 뒤면 들통날 이벤트성 사업, 사실과 달리 부풀리는 자료를 내놓거나,적당히 튀겨서 한몫 챙기는 스타일이 가끔 보이는데 길게 보고 더 고생해서 제대로 승부하는 자세가 아쉽다. 회사를 너무 작게 쪼개지 말고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서 큰 목표를 공략했으면 좋겠다."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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