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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평양 생각 잘못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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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에서 대북 관계의 방향전환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주로 언론과 학계의 사설과 논문을 통해서지만 중국 정부의 인식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과 북한이 전통적인 ‘혈맹(血盟)’관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평양이 더 이상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사설은 “북한이 중국을 ‘납치’해, 북한이 무엇을 하든 중국은 그저 견뎌내고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비호할 수밖에 없다는 평양의 생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에 중국이 찬성한 것은 발사 전 중국의 권고를 무시한 결과며, 중국이 처음으로 북한의 급진적인 행위를 비난하는 행렬에 분명하게 가입했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따라서 이번 사설엔 중국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16일 이례적으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에 적극 협력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젊은 김정은의 대중(對中) 인식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은 북한과의 불화를 피하려 핵 비확산이란 원칙을 조정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김정은은 정치적 독립과 자주수호에 핵무기와 미사일이 주는 의미가 큰지, 중국이 주는 의미가 큰지 냉철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핵 문제 있어서 북한은 스스로의 이익만 고려할 게 아니라 중국의 어려운 입장을 살펴야 한다”고 끝맺었다.

 그동안 북한 체제 안정의 필요성을 주로 강조해온 중국 학계의 기류도 심상찮다. 진창이(金强一·56) 중국 옌볜대 동북아연구원장은 최근 “북한보다는 ‘통일된 한반도 전체’를 완충지대로 삼는 게 중국에 유리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한 칼럼에서 “2009년 미국이 대화를 원할 때 김정일이 미사일과 핵실험,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대답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충돌이 재연된다면 평양 정권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고위 외교소식통은 19일 “중국 내에서 팽배해진 대북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 관리들 중엔 오는 10월 시진핑(習近平)이 최고 지도자가 되기 전 정책변화를 원하는 이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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