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밑지는 장사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는 1998년말 5천6백46억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장부가의 36%선인 2천12억원을 받고 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인 론스타펀드에 팔았다.

이 채권 중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붙어 있어 전액을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이 거래를 감사했던 감사원은 "신보 보증이 붙은 1백37억원 어치의 채권이 결과적으로 48억원에 팔린 셈" 이라고 질책했다.

그동안 본지가 공적자금 조성 및 투입 과정의 문제를 다각도로 지적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공적자금 회수 역시 이처럼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자산관리공사의 부실 채권 회수가 성공적이라는 정부 설명도 따져보면 부풀려져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자산관리공사는 부실 채권 75조7천4백77억원 중 약 45%인 34조1천18억원을 처분해 1조9천억원의 매각 이익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돈은 공적자금 조성 과정에서 발행했던 채권의 이자(2조5천2백43억원)에도 못미쳐 사실상 6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도 기대에 못미친다. 예보는 올 10월 말까지 총 68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집행했으나 이중 9조3천억원을 회수해 재투입하고 현재 6천억원 정도가 금고에 남아있을 뿐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 미국의 수준(회수율 87%)까지 회수율이 올라 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운찬(서울대)교수는 "자산공사 등이 부실 자산을 정확히 평가해 비싸게 사들이거나 헐값에 파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은 "부실 채권 정리 전문가들을 영입, 최대한 값어치를 높여 팔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공적자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조성 및 집행.회수단계까지 투명한 절차를 갖춰야 하며, 책임과 권한의 소재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종욱(서울여대)교수는 "공적자금을 잘못 관리해 국민 부담을 늘린 책임자들을 분명히 가려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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