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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박근혜 독재로 새누리당이 승리” … 총선 패배 반성 않는 문성근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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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경진
정치부문 기자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의 점심 장소는 이틀 연속 여의도 공원 잔디밭이었다. 17일엔 MBC노조원들과 도시락을, 18일엔 출입기자들과 충무김밥을 먹었다. 넥타이 풀고 밥 먹는 자리라 그랬는지, 그의 입에선 거침 없는 말들이 나왔다.

 “민주당이 오만해서 선거에 졌다는 건 수구언론이 씹는 용어인데, 그것을 우리 진영이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17일)

 “박근혜(비대위원장)가 느닷없이 독재를 해 독재의 효율성을 잘 살린 선거를 했고, 우리는 (대선 주자가 빠진) 당권 (주자)중심의 선거를 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었다.”(18일)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수구’라고 한 건 ‘그 진영’ 사람들이 흔히 쓰는 전문용어인 듯하다. 또 ‘진영’이라는 표현은 우리 편 아니면 반대편이라는 식의 흑백논리적 ‘우적(友敵) 관계’의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또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박근혜의 효율적 독재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의 낙선 이유에 대해선 “부산 젊은이들은 ‘나꼼수’를 안 듣는다는 언론환경”도 지목했다. 부산의 젊은 유권자들이 ‘나꼼수’를 더 많이 들었다면 자신에게 표를 몰아줬으리라는 얘기다.

 물론 그의 ‘독창적 식견’이 당 전체를 지배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의 패인은 따로 있었다는 지적이 오히려 많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 뛰어들어 40%를 득표하고도 패한 김부겸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로 보수층은 결집한 반면,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으로 마음을 열던 사람들마저 마음을 닫았다”고 말한 바 있다. 수도권과 충청·강원에서 낙선한 민주당 후보들도 막말 파문이 선거 막판에 큰 감표(減票) 요인이었다고 지목한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선 ‘김용민 후보가 최고의 선거운동원이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여론도 다르지 않다. 총선 직후인 12~15일 중앙일보·SBS·EAI·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 승리의 원인으로 “야당이 잘못해서(38.2%)”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문 대행은 이런 취지의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 정도로 여야 의석 균형이 맞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탄핵 후폭풍 이후 처음이다. 우리더러 졌다고 하는 건 기대를 그만큼 (많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면 우리가 12월 대선에서 이긴다.” 앞 부분의 사실(팩트)은 정확하다. 중간의 해석도 맞는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주관적 기대다.

 그런데 그가 말한 ‘이렇게 가면’이란 무슨 뜻인가. 그는 취임 후 방송사 파업 노조부터 찾으며 19대 국회에서 언론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선명한 투쟁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패배 원인을 당 외부에서만 찾았기 때문에 도달한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수구언론은 씹고, 자기 편은 멍청하고, 박근혜는 독재했고, 젊은이들은 ‘나꼼수’를 잘 안 들었기 때문에 과반을 얻지 못했다고 보는 한 기존의 투쟁 관성을 떨치기 어렵다. 이대로는 패자(敗者)의 반성·쇄신·겸손을 찾을 수 없다. 정말 이렇게 가면 나중에 ‘문성근이 최고의 선거운동원’이라는 말이 새누리당에서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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