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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가만 있는데, 민주당 단일화 조바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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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통합당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야권 대선주자들과의 단일화론이 조기에 공론화되고 있다. 안 원장은 아직 정치를 할 건지 말 건지 ‘공식적으론’ 결정하지 않았는데, 민주통합당에선 논의가 한참 앞서 나가 있다.

 문성근 대표대행은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 (후보들과의) 국민참여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대선후보 결정 시 100% 국민참여경선을 하도록 돼 있어 국민 50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을 위한 ‘불쏘시개’로 안 원장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문 대행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안 원장과 단일화를 한다면 방법은 여론조사밖에 없는데, 여론조사는 비과학적인 데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2002년 대선 국면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수단이었던 여론조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어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의 당적을 갖고 당내 경선 절차를 밟는 방법도 있고, 그냥 당을 하나 만드시고, 그 다음에 가설정당을 만들어 (대선)후보들만 입당해 국민참여경선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선 출마를) 직접 말씀도 않고 가만히 계신 분한테 쫓아가서 ‘입당해주세요’ 얘기하는 게 얼마나 모양새가 안 좋으냐”며 이같이 말했다.

 당내에선 문 대행의 ‘가설정당론’을 노무현계의 안철수 견제론으로 해석했다. 안 원장에 대해 적극적인 영입 노력을 펴야 할 상황에서 ‘모양새’ 운운하는 건 영입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당장 정세균 고문이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성근 대행이 ‘안철수 원장이 가설정당을 통해 경선해도 되고 입당은 꼭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반대한다. 더 이상 가설정당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3지대 정당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식의 대통령 당선은 어렵다”며 “안 원장은 국민적 신망을 받고 있어 민주통합당에 들어와도 세력이 없어 소외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까지의) 8개월은 국민과의 소통에 짧은 시간”이라며 “지금 바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때 안 원장과 가까웠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독자세력을 만들어 대권에 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빨리 결론을 내서 정정당당하게 나오는 게 낫 다”고 가세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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