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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이렇게 싸?" 3000만원대 자동차 '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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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벤츠가 이렇게 싸요?”

 1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 전시된 연하늘색 벤츠 승용차의 가격을 들은 사람마다 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벤츠가 2일 출시한 B클래스다. 가격은 3790만원부터다. B클래스는 기존 전시장을 벗어나 유동인구가 많은 코엑스에 처음으로 전시됐다. 행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대다수의 사람이 가격을 듣고선 부담 없이 차에 올라타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이종민 마케팅 부장은 “3000만원대 벤츠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더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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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3000만원대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3000만원대 가격 대전(大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산차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수입차 업계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영향도 컸다. 이 덕에 3000만원대면 살 수 있는 수입차가 많아졌다.

 3000만원대로 가장 인기가 많은 차는 도요타 캠리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총 1603대를 팔았다. 2016대를 팔아 1위를 기록한 BMW 520d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신형 캠리의 가격은 3390만원이다. 옛 모델보다 100만원가량 가격을 내렸다. 치솟는 엔고에도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올해부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캠리를 들여오기 때문이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차가 아무리 좋아도 한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판매가 안 된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19일 국내 최초로 출시할 시트로앵 DS3도 3000만원대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부문에서도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수입차가 많다. 3000만원대인 혼다 CR-V, 지프 컴패스 등의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는 이유다. 반면에 국산차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최고급 모델 기준으로 i40(3245만원)와 싼타페(3343만원) 등이 3000만원대 선으로 껑충 뛰었다. 현대 쏘나타의 경우 최고급 모델 기준으로 2004년에 출시한 NF의 가격은 2330만원이었으나 신형 YF는 2820만원으로 490만원 올랐다. 국산 중형차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에 눈길을 돌리는 배경이다.

 차를 구매할 때 ‘실용성’을 더 따지는 트렌드도 ‘3000만원대 대전’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는 “국산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 소비자들이 3000만원대 수입차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똑같은 차를 타기보다 본인 취향에 맞게 차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도 수입차의 인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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