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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꿈 깨지고 2억원 투자금도 날리고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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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17일 오전 11시. 머리띠와 각종 피켓으로 무장한 성인 60여명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대우건설 사옥 앞에 진을 쳤다. 이들은 "내 땅을 이대로 (대우건설에) 빼앗길 순 없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대체 무슨 사연일까.

이들 대다수는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동작구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투자를 한 무주택자들이다.

지난 2007년 대우건설과 도급계약을 맺은 뒤 2만608㎡의 부지에 368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사업 진행과정에서 구청의 사업부지의 정형화 요청과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건립 요청에 따른 추가부지 매입, 인허가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 과정에서 건립 가구수는 890가구로 늘었다.

조합과 대우건설에 따르면 토지매입에 들어간 자금은 총 29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700억원은 대우건설이 금융권에 지급보증을 서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조달했다. 나머지 200억원은 조합원 부담금으로 충당했다. 이로 인한 금융비용은 850억원으로 조합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토지 매입비용만 무려 375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주택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을 중단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PF 대출 연장이 거부되자 곧바로 원금 2700억원을 대신 갚았다.

신탁된 토지는 2100억원에 한 시행사가 사들였다. 토지 매각으로 들어온 2100억원은 우선매수청구권자인 대우건설에게 돌아갔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결국 첫 삽도 못 떠보고 6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그런데 조합도 1400억원을 날렸다고 주장한다. 조합원 600여명(추정)이 2억~3억원씩 투자한 부담금이 그 정도 규모이고, 땅도 다른 곳에 팔렸으니 하소연할 곳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 조합원은 "조합 집행부도 나몰라라, 시공사도 나몰라라. 그렇다면 대체 내 돈은 어디서 받아야 하느냐"고 울부 짖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14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의 사용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과 시공사 공동계좌를 운영했는데 조합 집행부가 지금까지 입금한 자금은 400억원 뿐"이라며 "나머지 10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증빙자료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집행부에서는 운영비·용역비·PF 금융비용으로 사용했다는 대답만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부도난 조합… 빚 더미에 앉은 조합원들

조합원들은 사업이 계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투자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다. 지금까지 난 손실과 토지 매입비 등을 따졌을 때, 조합원 당 1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내야만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대우건설 측은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결론적으로 투자했던 회사(지역주택조합)가 부도를 맞은 것인데, 투자자도 시공사도 손해를 보는 안타까운 사례다. 시공사는 지급보증을 서야햐는 PF 대출 관행으로 사업이 좌초될 경우 2중 부담을 지는 셈이고 투자자들도 고스란히 돈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재개발 재건축과는 달리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도시정비법이 아닌 주택법이 적용되다 보니 공공관리자제도를 피해갈 수 있었고, 조합 집행부의 방만한 경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낳은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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