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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 대장님, 엄홍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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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4일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오른 엄홍길(52) 대장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겠지만 그걸 참고 올라오니 이런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오종택 기자]

“파이팅! 아자아자!”

 토요일이었던 14일 오전. 북한산 초입인 서울 우이동 도선사 앞에서 중학생 50여 명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등반을 시작했다. 선두에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6좌 등정에 성공한 엄홍길(52) 대장이 서 있었다. 강북구청과 엄홍길 휴먼재단·성북교육지원청이 주5일제 수업 시행을 맞아 매달 둘째 주 토요일 갖기로 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반교실’의 첫 수업날이다. 엄 대장은 “토요일에도 학원에 가거나 집에서 게임만 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목표는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37m)였다.

 “힘들어 죽겠어요.” “대장님 다시 내려가면 안 되나요.”

 학생들은 출발한 지 30분도 안 돼 하나둘씩 주저앉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느라 운동량이 부족했던 탓이다. 공부라면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이효정(서울 성암여중 2)양은 “운동도 잘하고 싶은데 체력이 안 따라준다”며 헐떡거렸다. 경사가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깔딱고개’를 오르던 홍인표(서라벌중 2)군에게 “괜찮으냐”고 묻자 “매일 3시간씩 학원에서 공부만하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손사래를 쳤다. 학생들은 중간중간 넓은 공터가 나올 때마다 쉬어갔다. 학생들에겐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산을 오르는 엄 대장이 신기하기만 했다.

 “(북한산 인수봉 절벽을 가리키며) 대장님은 저런 절벽쯤은 맨손으로도 오를 수 있겠죠.”

 “에이, 맨손으로는 못 오르지.”

 에베레스트 등정이 꿈인 김병진(신일중 1)군의 질문에 엄 대장은 “나도 너희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통상 1시간30분이면 오를 거리를 점심도 거른 채 2시간을 올라서야 백운대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진맥진한 탓에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래도 얼굴엔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득해 보였다. 엄 대장은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포기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겠지만 참고 올라오니 이런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지 않으냐”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승준(수송중 2)군은 “고소공포증 같은 게 있어서 그동안 불암산(510m)에 올라본 게 고작이었는데 오늘 신기록을 세웠다”며 좋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강북구 내 10개 중학교에서 희망자를 받아 마련됐다. 11월까지 학기 중엔 매달 한 번씩 엄 대장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방학 때는 1박2일 캠프도 떠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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