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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온 사르코지 … 대역전 드라마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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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르코지(左), 올랑드(右)

프랑스의 유명 연예인·축구 선수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프랑수아 올랑드(58) 사회당 대선 후보가 연간 100만 유로(약 15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자에게는 75%의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인이나 축구 선수는 “올랑드 후보가 당선되면 아예 다른 나라로 국적을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57) 대통령은 현재의 최고 소득세율(45%)을 유지하고 기업의 법인세는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부가가치세를 현재의 19.6%에서 21.2%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재원을 고소득자에게서 충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16%였던 부가가치세를 5년 전 한 차례 올리고도 또 인상이냐”고 반발하는 유권자가 많다.

 프랑스의 두 유력 대선 후보의 싸움은 이처럼 극명한 전선(戰線)을 이루고 있다. 사르코지는 “사회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그리스 꼴이 난다”고 경고한다. 올랑드는 “사르코지가 집권 5년 동안 한 일은 부자 감싸기뿐이었다”며 ‘사르코지 심판론’을 외친다.

 프랑스 대선은 22일 실시된다. 이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다음달 6일 결선을 치른다. 10명의 후보가 나와 지지를 분점하고 있기 때문에 결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와 올랑드 중 누가 대통령이 될지 점치기는 쉽지 않다. 크게 뒤처져 있던 사르코지의 ‘막판 스퍼트’가 힘을 발휘하면서 안갯속 판세로 접어들었다. 일부 여론조사(IFOP 등)에서는 사르코지가 1차 투표에서 올랑드를 1.5%포인트 차로 이길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10%포인트 이상 뒤지다 역전한 것이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은 27∼30%를 오가고 있다.

 사르코지의 추격에는 지난달 일어난 이슬람 이민자의 인질 총격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7명이 희생된 이 사건 뒤 사르코지는 “프랑스의 정신을 존중하지 않는 이민자는 내쫓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5명의 이슬람 이민자가 그 뒤 추방됐다. AFP통신은 “총격 사건으로 보수표 결집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상대의 지지율 하락도 사르코지 추격의 발판이 됐다. 최근 두 달 새 올랑드의 지지율이 4∼6%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는 ‘좌파전선’ 장뤼크 멜랑숑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이 크게 작용했다. 멜랑숑 후보는 최대 15%의 지지율을 보이며 올랑드 표를 잠식하고 있다.

 사르코지와 올랑드가 결선에서 맞붙게 될 경우를 놓고 벌이는 여론조사에서는 6∼10%포인트의 차로 올랑드가 이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예상 득표율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결선 승패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표를 누가 많이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10명의 후보 중 6명은 좌파로, 4명은 우파로 분류된다. 사르코지의 입장에서는 현재 10∼13%의 득표력을 보이고 있는 극우파 ‘국민전선’ 후보 마린 르펜의 지지 세력을 결선에서 고스란히 흡수해야 승리할 수 있다. 르펜은 최근 18∼24세 유권자층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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