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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벤처가 수출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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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연간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21.8% 늘어난 1천7백50억달러,무역수지도 올해 목표로 잡은 1백2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다.

3분기 9.2%의 경제성장은 23.6%에 이른 수출증가율에 결정적으로 힘입었다.첨단 소재·부품을 개발한 신생 벤처기업들도 수출 대열에 참여해 기술 수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국 무역의 고질병인 교역 대상국과 수출품목의 편중화 현상이 심화됐다.한국·일본·대만의 삼각 경쟁구도 안에 중국이 끼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가 나빠질 내년에는 수출증가율이 올해보다 낮아지고 무역흑자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무역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무역 상황=선진국의 경기 활황과 개발도상국의 경기 회복,정보통신업의 호황 등 올해 대외 경제상황이 좋았다.이에 힘입어 반도체·휴대폰·컴퓨터 등 3대 종목은 지난해보다 1백28억달러를 더 수출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미국의 주가 폭락과 경기하강.유로화 약세.개도국의 경제불안 조짐 등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또 수입은 올해도 수출용 원부자재보다 내수용이 주도했다.

무역의 편중화 현상은 여전하다. 한국은 미국·일본·중국 등 10개 나라에 전체 수출품의 68.5%(지난해 66.2%) 를 수출했고, 10개 나라에서 71%(지난해 70.8%) 를 수입했다.특히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커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커져 10월말 현재 지난해 일년치 적자(82억달러) 보다 많은 97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수출하는 2백22개 품목 중 반도체·컴퓨터·자동차 등 10개 품목의 수출금액이 55.7%를 차지해 지난해(52.7%) 보다 품목의 의존도가 더 커졌다. 이런 무역의 편중은은 통상마찰의 원인으로 작용해 올해만 10개국에서 19건의 반덤핑 제소가 잇따랐고,그 대상 품목도 화섬·철강 등 주요 수출품에 집중됐다.

아직 중국과의 교역에서 한국이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이 최근 산업을 정비하면서 화섬·반도체·정보통신 산업 등에 빠르게 진출하면서 무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수출의 희망=올해 수출시장에서 신생·벤처 기업의 활약이 돋보였다.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장비·소재·부품 등을 국산화하고,나아가 수출 길을 뚫은 기술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1천만∼2천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취약한 장비·부품·소재 기술을 자체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큰 몫을 했다.중소 벤처기업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한 비중은 아직 2.4%지만,증가율은 올 전체 수출 증가율 높은 38%를 기록했다.

㈜반도체엔지니어링과 ㈜에이스디지텍은 각각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국산화하고 이를 수출까지 해 나란히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반도체엔지니어링은 반도체와 박막액정화면표시기(LCD) 생산 공정의 핵심 장비인 에이징검사기 등을 개발해 중국·대만 등에 1천2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에이스디지텍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LCD용 편광판필름을 국산화한 데 이어 60여개국에 고정 수출선을 확보했다.올해 2천3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설립한 지 5년이 채 안된 신생기업이면서도 남다른 수출 성과를 거둔 기업들도 많았다. 유무선 통신기기의 핵심부품들을 수출해 지난해 5백만불탑에 이어 올해 1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며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케이큐티㈜는 설립한 지 4년째인 신생 기업.충북 제천에 공장을 둔 지방기업이면서도 일본 소니전자·고니정밀 등 부품과 경쟁하며 시장을 개척한 결과 올해 일본에서 1억5천만엔의 투자를 유치했다.

◇내년 수출전망과 전략=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수출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9.6%,한국경제연구원은 7.5%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율이 낮아지고, PC 수요가 둔화돼 한국의 1·2위 수출품인 반도체와 PC의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철 무역협회장은 “관광산업 육성과 인력수출 등으로 무역외수지를 늘려 국가 경제의 상품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연구원 채욱 무역투자실장은 “한국은 구조상 수출로 국부를 창출할 수 밖에 없고 공산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수출을 늘리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역 및 투자 자유화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부가 기술개발이 중요하므로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선진국과의 투자협정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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