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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D램시장, 국내기업 주도권 뺏길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D램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차세대 D램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128메가D램 시장 장악, NEC-히타치 통합법인의 출범, 인피니온의 급부상 등 한국의 차세대 주도권을 위협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8년까지 삼성전자가 독점했던 128메가D램 시장은 현재 마이크론이 43%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점유율은 23%, 10%로 이같은 역전은 삼성전자를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마이크론의 미세회로기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공정에 0.17㎛(1㎛은 100만분의 1m) 회로선폭기술을 도입했지만 마이크론은 이미 0.14㎛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56메가D램 시장에서는 독일의 인피니온이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인피니온은 벌써 256메가 시장의 33%를 차지했다.

인피니온은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상승기였던 올해 3월 기업을 공개하면서 고가에 주식을 팔아 대규모 자금을 마련했다. 충분한 연구개발비와 차세대 시설투자비를 확보하면서 적극적인 차세대 시장 공
략을 펼친 것이다.

일본 D램업체들의 재도전도 경계의 대상이다. D램사업 통합을 선언한 NEC(8.8%)와 히타치(4.8%)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13%, 세계 4위의 업체가 된다.

이들은 내년초 세계 D램업체중 최초로 차세대 생산라인인 12인치 웨이퍼 공장건설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12인치 웨이퍼 공장은 내년말부터 지어진다. 64메가, 128메가 시장을 한국에게 내줬던 이들은 256메가 이후의 차세대 D램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전자가 내년에도 차세대 설비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마이크론과의 3강 대열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생산규모로 순위를 매기던 시대는 지나고 자본력, 기술력, 생산규모 3박자가 맞아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며 "2002년쯤 NEC-히타치 통합법인이 현대전자를 제치고 3강 대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현대전자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며 "국내 반도체산업의 주도권 유지를 위해서도 금융권이 현대전자의 자금 마련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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