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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나섰다 실전 결혼 준비

중앙일보

입력

(좌)키 작은 신부에게 어울리는 발랄한 느낌의 드레스. 풍성한 치마디테일과 상의의 촘촘한 비즈가 신부를 화사하게 해준다.(우)튜브톱 드레스에 목까지 올라오는 카디건을 걸쳤다. 티아라나 귀걸이 같은 소품은 결혼식 당일
무료로 대여해준다.

웨딩과 관련한 정보들은 연일 쏟아지지만 어딘지 허전하다. 예비 신부가 실제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며 결혼식에 이르렀는지, 그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가 빠져있기 때문은 아닐까. 결혼식을 앞둔 여성들을 대신해 두 기자가 실전결혼준비 체험에 나섰다. 한 명은 서른 둘이 될 때까지 예물이며 예단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고, 한명은 스타일이 확고해 뭐든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성이다. 전자는 웨딩플래너의 도움을, 후자는 발품을 파는 ‘브라이드 워킹’을 택했다. 스타일 다른 두예비 신부의 결혼준비 과정을 들여다 봤다.

Case 1. 웨딩플래너

결혼관과 결혼 준비 포인트?
강미숙 예비신부. 31세, 11월 말경 결혼예정, 양가 개혼(집안의 첫 결혼)결혼 준비는 해야겠고, 시간은 없다. 돈도 넉넉하지 않다. 없다. 수많은 직장여성의 ‘구원투수’, 웨딩플래너가 필요하다. 플래너를 만나기 전, 결혼에 대한 중요 포인트라도 정해야지 덜 미안할 것 같다. 첫째는 생략해도 될 부분은 과감히 패스하고 평생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항목에 더 투자했으면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시간과 노력 역시 최대한 아끼고 싶다는 바람이다. 마지막은 결혼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신부의 손과 발이 될 웨딩플래너 선택이 반

‘웨딩 개념 제로(Zero)’ 신부인 기자는 11월 웨딩을 앞두고 부랴부랴 웨딩컨설팅업체(이하 웨딩업체) 탐색에 나섰다. ‘플래너에게 상담을 받는 것도 비용이 들까?’ ‘웨딩업체에서 바가지를 쓰면 어쩌지?’ 궁금증을 가득 안고 몇 군데 웨딩업체에 전화를 하고 큰 업체 위주로 온라인을 꼼꼼히 살폈다.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 최종 선택한 곳은 ‘스포엔샤 웨딩’. 드레스 숍을 겸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약속 날짜를 잡고, 업체를 방문해 담당 플래너 김수경 실장을 만났다. 웨딩플래너는 보통 임의로 정해진다. 특정 플래너를 지목할 경우 대기할 각오를 해야 한단다. 300여 쌍의 웨딩을 진행해 본 김 실장의 사근사근한 말투, 술술 풀어내는 웨딩 트렌드 정보, 무엇보다 깔끔하면서 골드톤 카디건을 매치한 패션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웨딩 업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는 기본적으로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을 엮은 ‘웨딩패키지’다. 여기에 예식장, 주례, 부케, 연주, 폐백, 예물, 허니문, 혼수 등 신부가 추가로 원하는 부분은 조건에 맞는 가맹점을 소개해준다. 품질은 물론 경영이 탄탄한 회사들이 네트워크로 맺어져 있다. 김 실장은“비용, 방식 등 신부님이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모든 사항을 솔직히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준비한 핵심 포인트에, 종교 시설 예식·신혼여행의 중요성·스튜디오 촬영생략 같은 몇몇 정보를 덧붙였다.

 김 실장이 보내온 예산안은 총 3200여 만원이었다. 신랑의 부담금액은 약 1800만원 수준. 김 실장은 “예상비용을 놓고 신랑과 신부가 조정하면서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고 일러주었다. 비용이 줄어든 부분은 웨딩패키지와 예식장, 한복이었다. 조금씩 절약된 돈은 허니문에 투자해 동남아시아 대신 하와이로 바꾸었다. 기부 역시 방법을 찾아주었다. 스포엔샤에서는 웨딩패키지를 계약하면, 계약금의 5%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결혼 기념 나눔 캠페인’이 있었다. 예식날 모금함을 따로 두는 방법도 제안해주었다.

 한복의 경우 신랑신부는 대여하고, 두 어머니만 맞추는 게 저렴하다는 제안을 한복업체 ‘우리옷미’에서 받았다. 예물은 베루체에서 제안한 100만원 초반의 커플링 중, 핑크골드 디자인으로, 최종 결정 했다. 장소를 옮기지 않고 한 곳에서 상담받으니 편했다. 드레스의 경우 교회 예식에 어울리는 정숙한 느낌을 원했으나 김 실장은 체형과 이미지를 고려할 때 ‘발랄하면서 치마가 풍성한 스타일’이 어울리거라 추천했다. 입어보니 그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300명의 신부를 보아온 김실장은 ‘매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총평 - 웨딩플래너와 함께 결혼을 준비해 보니, 결혼에 대한 큰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었다. 시간과 노력은 확실히 덜 들었으나 비용이 절약되지는 않았다. 정해진 비용 안에서 전체 비용을 맞추기 때문이다. 대신 제휴된 업체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받는 게 장점이다. 처음 웨딩업체를 선택하는 노력만 기울이면 이후는 플래너가 관리해주므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웨딩플래너의 결혼이 되지 않도록 예비부부는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웨딩플래너 김수경의 성공 결혼 준비 포인트

“결혼 준비는 200일 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서두르세요. 좋은 제품을 실속있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준비 기간 동안 신랑신부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모든 과정을 즐기자는 마음을 가지세요.”

● 예산 2000만원 → 실제 1900만원

-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 대신, 피팅날 친정엄마와 스냅 촬영. 전체 비용 중 절반을 신부가 부담.(예산)250만원 → (실제비용)150만원

- 예식장
교회라 대여비가 없고 꽃 장식과 식대만 산정.(전체 비용의 절반)850만원 → 760만원

- 예물
부담스럽지 않게 심플한 커플링을 하고, 추가로 시계 구매. 300만원 → 280만원

- 신혼여행
하와이 패키지(오하우 3박, 마우이 2박)로 선택.(전체 비용의 절반) 300만원 → 400만원

- 한복
신랑·신부는 대여, 양가 어머님들은 맞춤. 200만원 → 160만원

- 기타 항목
신부는 커피머신, 신랑은 텐트 등 각자 갖고 싶은 선물 구매. 100만원 → 150만원

※혼수·예단은 제외

Case 2. 브라이드 워킹

결혼관과 결혼 준비 포인트?
나해진 예비신부. 28세, 12월 말경 결혼예정, 양가 개혼 솔직히 결혼‘식’에 대한 환상은 없다. 허례허식도 싫다. 그래도 드레스는 포기할 수 없다. 비용은 들더라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스타일로 입고 싶다. 대신 스튜디오·메이크업에 드는 비용은 최소화하고, 웨딩홀은 전적으로 부모님 뜻에 따를 예정이다. 예물은 반지만 맞추기로 했다. 이렇게 결혼 준비 계획을 짜고 보니, 웨딩 플래너와 진행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스타일이 정해졌으니 발품만 조금 팔면 100% 맞춤형 결혼이 될 것 같다.

원하는 항목 골라 투자 순위 정하면 비용 최소화

일단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웨딩 워킹’이라고 쳤다. 쭉 훑어보면서 본인의 워킹 사례를 적어놓은 블로거에게는 조언을 구한다는 문의 쪽지를 보냈다. 이번 달 웨딩 잡지를 종류별로 구입하고, 결혼 준비 노하우를 담은 책도 찾아봤다. 제일 많은 정보를 얻은 건 온라인 카페다. 회원수가 176만 명이 넘는 ?레몬테라스(cefe.naver.com/lemonterrace)?의 예비 신부를 위한 게시판 글을 몇십 페이지나 읽어봤다. 그러면서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총비용에 대한 감을 잡았고, 예산도 짤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알아본 건 드레스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편집숍 두 곳에 방문했다. 첫번째 숍의 분위기는 굉장히 고급스럽고 우아했다. 베라왕이나 암살라, 케네스풀처럼 귀에 익은 브랜드가 많았다. 가격은 200만원부터 400만~5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두번째 숍에서는 스페인 브랜드 프로노비아스의 드레스가 단번에 눈에 들어 왔다. 좀 더 다양한 상품을 보고 싶어 집에 도착하자 마자 컴퓨터를 켰다. 지난 해 12월, 청담동에 프로노비아스 독립 매장이 생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곳에 전화해 다음 금요일로 드레스 피팅 일정을 잡았다.

 그 날은 남자친구도 휴가를 내고 함께 숍을 방문해 두 시간 가까이 상담과 피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고, 아는 분께 결혼식 당일 촬영만 부탁 할 예정이라 본식용 드레스만 한 벌 빌리기로 했다. 가격은 보통 250만원 정도고, 일부 디자이너 드레스는 400만~600만원 선이었다. 피팅비는 5만원이고, 최대 5벌까지 입어볼 수 있다. 티아라나 베일, 귀걸이, 신발 같은 소품은 결혼식 당일 무료로 대여해 준다고 했다.

 드레스 외에 신경 쓴 건 부케다. 평소에 워낙 꽃을 좋아하기도 했고, 드레스에 꼭 맞는 특별한 부케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결혼한 친구에게 디자인 교육기관 까사스쿨에서 부케를 제작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문은 최소 2주 전에 해야하고, 가격대는 30만~50만원 정도다. 까사스쿨에 방문해 담당자를 만나 내가 입을 드레스 사진을 보여주고 원하는 스타일을 얘기한 뒤, 의견을 조율했다.

 웨딩홀은 부모님이 원하는 곳으로 리스트를 세 곳 받았다. 강남으로 지역을 한정하니 두 군데가 남았는데, 최종적으로 역삼동의 S회관으로 결정했다. 공무원 부모님 덕분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500명 기준으로 약 2100만원 정도였다. 플래너를 통해 진행해도 추가 할인이 되지 않는 곳이라 아쉬운 점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자식들 키우느라, 결혼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님들께 가방을 선물하는 걸로 준비를 마쳤다.
 
※총평 - 워킹의 가장 큰 장점은 업체별로 정확하게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 구미에 맞게 업체나 상품을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나처럼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드레스도 한 벌만 빌리면 되고, 메이크업도 본식때 한번만 받기 때문에 충분히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100% 내 손으로 준비하니 속았다는 기분이 들 일이 없다. 뭐든 내 손으로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면 워킹으로 준비하는 결혼을 추천한다. 플래너를 통해 정보를 받고도 다시 알아보면서 이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워킹으로 웨딩 준비 시 주의할 점

1.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를 무조건 믿지 말라. 웨딩 업계는 굉장히 변화가 빠르다. 온라인에는 현재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자료가 많다. 예산을 세우기 전에도 전화나 방문 상담은 필수다.

2. 업체별 자체 패키지를 알아보라. 일부 웨딩홀이나 스튜디오에서는 자체적인 패키지 상품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3. 온라인상 인물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 워킹은 온라인 자료에 큰 비중을 두게 되는데, 이때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정보를 공개하는 사람들은 대개 평균 이상으로 결혼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지인에게 소개받았다고 말하라. 업체에 방문할 때 지인에게 소개받았다고 말하면 좋다. 소개받아서 온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해 줄 가능성이 높아 더 잘해준다.

● 예산 2530만원 → 실제 2170만원

-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본식 스냅 촬영만 진행. 메이크업은 기존에 이용하던 뷰티살롱 활용. 신부가 전체 비용 부담. 예산: 스튜디오(100)메이크업(50)드레스&부케(300) 총 450만원→ 실제비용: 스튜디오(50)메이크업(50)드레스&부케(280) 총 380만원

- 예식장
하객 500명 기준으로 식대·대관료 할인이 가능한 곳으로 선정.(신부 부담분) 1250만원 → 1050만원

- 예물
면세점에서 구매 예정. 정가보다 15% 저렴함. 380만원 → 320만원

- 신혼여행
하와이 4박6일 자유여행. 미리 예약해 할인 받음.(2인 비용 500만원을 신랑이 부담)

- 한복
예비 신랑과 나는 각각 40만원에 맞추고, 어머님들은 각각 20만원에 대여함. 150만원 → 120만원

- 기타 항목
양가 어머님께 가방을 선물함. 면세점에서 구매할 예정. 300만원 → 300만원

※혼수·예단은 제외

<강미숙·나해진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촬영협조=스포엔샤 웨딩, 프로노비아스 코리아, 까사스쿨
/도움말=스포엔샤 웨딩 김수경 실장, 와이즈웨딩 이희주 총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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