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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 바꿀 때 됐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5호 08면

외국인 노동자 블랑코로 분장한 개그맨 정철규가 코미디 프로에 나와 “멉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로 인기를 끌던 게 불과 7∼8년 전이다. 당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돈을 좀 벌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한국말도 어눌하고, 한국 물정에 서툴러 사장이나 동료한테 얻어맞기도 하고 핍박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당시 외국인 노동자들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사장님 나빠요’ 코너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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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그들의 처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우선 직장에서 이들이 얻어맞는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무리 지어 다니며 한국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주 초기에 자기네끼리 행사하던 폭력도 점차 한국인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수가 늘어나면서 극히 일부지만 폭력조직처럼 흉포화하는 조짐도 엿보인다. 초기 10만 명 안팎이던 외국인 노동자가 최근 100만 명을 넘었다. 그중 중국 국적자가 56.5%인 62만5000여 명이다.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조선족 남자의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그간 온정 일변도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가다듬을 때가 됐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들에 대해 배타적이어선 안 되겠지만 불법을 저지르고 폭력을 휘두르는 외국인은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온정주의로 흐른 측면이 있다. 인류애와 인권 차원에서 입국 자격 완화, 지문날인 철폐 등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다 보니 불법을 저질러도 수사기관은 훈방 조치에 그치고, 법원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미온적 처벌을 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형사·사법제도를 경시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요즘 안산시 원곡동 등 외국인 거주지역에 가보면 치안불안 때문에 해가 지면 한국인들이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한다고 한다. 퇴근시간대 버스 정류장에는 5~6명의 외국인이 떼를 지어 한국 여성들을 희롱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인터넷에는 한국인이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동네 이름이 20곳 가까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우리가 낯익고 친근하게 다니던 지역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한심하게 대응하고, 거짓으로 잘못을 덮으려 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폭발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112신고 접수 매뉴얼이 어떻고, 현장 출동 요령이 어떻고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경기경찰청은 “현재 지휘라인 등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드러난 경찰관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차원의 종합대책도 곧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다고 땅에 떨어진 경찰의 신뢰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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