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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다오(海南島)와 제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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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남단 하이난다오(海南島)의 야룽(亞龍)만.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다. 수평선까지 비취색 바다가 펼쳐지고 백사장은 눈부시다. 8년 전 덜렁 리조트 한두 개밖에 없었던 황량한 해변이 글로벌 브랜드의 호텔·리조트가 빽빽이 들어선 휴양지로 급변했다. 지난해 왔을 땐 건물 뼈대만 앙상했던 야룽만 안쪽의 리조트들도 단장을 끝내고 개장 준비가 한창이다.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가 7.5㎞ 백사장에는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야룽만 해변은 겨울철 3~4개월을 제외하면 중국인들을 비롯해 러시아·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로 성시를 이룬다. 연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3000만 명. 중국 당국은 2010년 1월 이 섬을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했다. 중국 대륙의 부동산 투기 자금이 쏟아졌다. 섬 곳곳마다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무비자 입국을 실시했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면세 쇼핑까지 허용했다. 연안국들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서사군도를 돌고 오는 여행상품도 개발 중이다.

 지금은 이렇게 아열대 휴양지로 변했지만 60년 전만 해도 이 섬은 국공(國共)내전의 마지막 전장이었다. 1949년 10월 공산당 주도의 신중국이 탄생했지만 중국 남서부와 하이난다오는 여전히 국민당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50년 봄 대륙 탈환의 거점을 빼앗길 수 없었던 국민당은 남은 전력을 쏟아부었고 대만 상륙에 집중하기 위해선 공산당도 물러날 수 없는 전투였다. 국공의 피가 하이난다오의 산하를 적셨다. 야룽만의 왼쪽 기슭에는 초대형 접안시설 2개와 부속 부두 4개로 구성된 인민해방군 싼야 해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해군 소식통들은 중국이 올해 취역시키려는 항모가 싼야 기지에 배치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기지는 미 대륙까지 사정권에 두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도 보유하고 있다. 야룽만에서 북동쪽으로 70㎞ 떨어진 링수이(陵水)에는 공군기지도 있다. 2001년 미군 정찰기가 불시착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곳이다. ‘남쪽 하늘을 지키는 예리한 검(南天銳劍)’이라고 새겨진 기지 입구의 비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광객들이 즐기는 하이난다오의 바다와 쪽빛 하늘은 이렇게 인민해방군의 작전 공간이기도 하다.

 하이난다오에선 이 두 가치가 충돌하지 않는다. 와이키키 해변과 진주만의 이미지가 공존하고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하와이처럼 하이난다오도 문화·관광과 군사안보를 축으로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해양으로 팽창하면 우리의 바다도 파고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이난다오에서 출항한 항모가 이어도 주변에 파도를 일으키지 말란 법은 없다. ‘평화를 위해 해군기지는 안 된다’는 이들은 하이난다오의 평화는 가짜 평화라고 할는지 자못 궁금하다.

<야룽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