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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K팝처럼 한국 대표 정신상품으로 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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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원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경산 장응철 종법사가 5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4월 28일은 원불교의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이다. 종조(宗祖)인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1916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만법의 근원’에 관한 큰 깨달음을 얻고 새 종교를 열어젖힌 날이다. 원불교는 마음을 중시하면서도 물질적 가치를 인정하는 영육쌍전(靈肉雙全)의 가르침을 강조해 왔다. 저축조합·교육사업 등을 통해 서민의 생활 속을 파고들었다. 현재 등록 교도 수는 70만. 출가교역자가 1900여 명에 이르고 해외 20개국에 62개 교당이 있다.

 특히 2016년은 성업(聖業·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에 맞춰 원불교 최고 어른인 경산(耕山) 장응철(72) 종법사(조계종의 종정에 해당)가 5일 오후 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작심한 듯 “이 시대 정치 지도자는 중도통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누가 대통령 하려 하겠느냐”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쉬어 가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현대인의 속도 지상주의를 꼬집기도 했다. 그의 인터뷰는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 곧 개교 100주년이다.

 “원불교는 한국 토종 종교다. 요즘 잘 나가는 K팝(pop)처럼 원불교를 한국의 대표적인 정신, 문화상품으로 세계화시키고 싶다.”

 - 구체적인 계획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외국인도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는 국제마음훈련원을 현재 건설 중이다. 21세기 지구촌 문제의 대부분은 종교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세계 종교간 화합을 위해 적극 힘을 보탤 생각이다.”

 -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다.

 “한국사회는 이미 보수 정권도 경험했고, 진보 정권도 경험했다. 국민이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통합적인 지도자가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아시아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80년 전 한국이 장차 정신적 지도국이 된다고 예언했다.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 지도자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과거에는 영웅이 사회를 이끌었다. 앞으로는 진실하고 정직하고 실천적인 인물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혜로운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부지런히 공부해서 역사의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정치권은 이념 차이보다 이해득실에 따라 감정이 얽혀 대립하는 것 같다. 자칫 권력투쟁처럼 비칠 수 있다.”

 - 현대인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데도 정신적으로는 빈곤하다.

 “목표만 좇느라 정신이 빠져서 그렇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걸 정신개벽이라 한다. 쉬었다 가면 목표를 훨씬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 정신차릴 수 있는 방법은.

 “마음 공부다. 자기 마음을 살피고 나쁜 마음일 때는 지우개로 지워야 한다. 그게 잘 안 되면 TV라도 봐라. 그러면 마음이 전환된다. 호흡 조절 연습만 해도 도움이 된다. 숨을 들이마신 후 반 박자 정도 머물렀다 반 박자 정도로 내뱉는 3단계 방식이다. 창을 열고 먼 산만 봐도 기분 전환이 되지 않나. 3단계 호흡을 열 번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부처가 누군가. 마음의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 원불교는 사회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는데.

 “국가가 안정되려면 보수적이어야 한다. 한데 사회 변화의 측면에서 보자면 종교는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종교는 양면적이다. 종교인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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