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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북한, 우주 평화이용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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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를 두고 큰소리친다. 군사용 미사일이 아니라 지구관측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이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며, ‘우주공간에 관한 조약’ 등 관련 국제법이 유엔안보리 결의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부당한 이중 기준을 적용해 자기들의 위성 발사를 문제삼지 말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 범죄정권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적인 우주 이용 분야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공간에 관한 조약’(1967년 체결)은 모든 나라의 자유로운 우주 탐사 권한을 보장한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형법에 해당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695호, 1718호 및 1874호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 결의에 따라 북한은 군사용·평화용을 불문하고 탄도미사일에 관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사회질서를 해치는 범죄행위를 형법으로 엄벌하듯이, 국제평화를 해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제재로 금지한 것이다.

 북한이 이런 특별한 제재를 받는 것은 국제질서를 위반한 그동안의 전력 탓이다. 북한은 1998년 8월 첫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지금처럼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우주공간에 관한 조약에 가입한 것은 3차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후인 2009년 5월이다. 조약에도 가입하지 않고서 10년 이상 평화이용권을 떠들었다.

 첫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는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 ‘우주인 구조에 관한 조약’과 ‘우주발사체에 의한 피해보상 협약’에는 아직 가입도 안 했다. 관련 법규도 없이 절차도 따르지 않으면서 서둘러 미사일부터 쏘아올리는 이유가 군사적 목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설사 인공위성이라 해도 지금 북한의 형편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해서 발사하는 데 보통 8억5000만 달러가 드는데, 이 돈이면 옥수수 250만t을 구입할 수 있다. 2·29 합의에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24만t의 식량을 10년간 조달할 수 있는 돈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잘 알려져 있다. 식량난을 덜 수 있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훨씬 가난한 나라보다 더 많은 식량을 구걸하는 처지다. 2010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543달러다. 네팔과 르완다가 1210달러, 1150달러다. 이들 나라에 대한 세계식량기구의 연간 지원규모는 북한 19만5000t, 네팔 2만9000t, 르완다1만2000t이다. 북한 정권에는 백성을 먹여살리는 일보다 김일성 부자의 유훈인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강성대국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은 이미 1년 전 “향후 5년 내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월 25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핵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미국 본토가 바다 건너에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협박했다. 미국은 지금 대북 지원을 중단하고 해상레이더를 한반도 인근으로 옮기는 등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2012년 4월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이 외교문제에서 군사문제로 비화되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제부터 세계는 핵으로 미 본토까지 위협하게 된 북한이 자행하는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해답이 바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하루빨리 깨달을 수 있도록 모든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다음 주말이면 북한의 광명성이 발사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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