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내리막길…소비·투자 위축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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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중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 관련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장률이 갈수록 둔화하고 있는데다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4분기 이후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2일 내놓은 '2000년 3분기 중 국내총생산(GDP.잠정)' 에서 지난 7~9월의 경제성장률을 9.2%로 발표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지난 2분기(9.6%)에 비해 다소 둔화한 것이긴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3분기 중에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나 늘어난 데 비해 소비(5.7%)와 투자(10.7%) 등 내수는 증가세가 크게 축소돼 수출 위주의 절름발이 성장 구조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간소비는 2분기에 비해 1.3%가 줄어들면서 1998년 2분기(-0.3%)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8.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중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정보통신기기(52.5% 성장)를 제외할 경우 여타 제조업은 6.8% 성장에 그쳤다. 올들어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은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2.6%)을 면치 못했다.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중 정보통신산업의 전체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59.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9%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면서 "이처럼 특정업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보니 경제성장률과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에 괴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曺東徹)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지연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면서 "4분기 이후엔 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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