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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미리 시립묘지 49년 만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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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서울시립묘지. ‘용미리’는 공동묘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역이다. 258만㎡ 규모의 광활한 땅은 숲은 물론 나무 한 그루 거의 없는 묘지투성이다. 4만여 기의 봉분이 솟아올라 황량하기만 하다.

 추석·설 연휴와 한식 때만 되면 서울시립묘지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국지도 78호선, 왕복 2차로)는 성묘 및 벌초 차량들로 인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다. 하루 평균 1만2000여 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이 도로는 성묘철만 되면 하루 4만∼5만 대가 몰려들어 극심한 정체를 빚는다. 이 바람에 지역주민들은 지역 이미지 훼손, 지역 낙후, 지가 하락, 교통난 등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용미리가 묘역 조성 49년 만에 생산적인 토지로 부활하는 기틀이 마련됐다.

 서울시와 파주시는 3일 서울시 시유지인 용미리 시립묘지를 봉안시설 및 자연장으로 전환해 축소하고, 남은 토지에 생산적 시설을 유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양 시는 남은 토지는 교육이나 연구·의료시설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시립묘지의 생산적 활용을 위한 개발계획’ 용역을 추진하고 서울시와 파주시 간 실무협의체도 구성키로 했다.

 이번 합의는 이인재 파주시장의 요청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서울시와 파주시는 우선 시립묘지 내 258만㎡에 조성돼 있는 4만7480기의 묘지 가운데 가족이 원하는 묘지의 경우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수목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립묘지의 규모를 66만㎡로 대폭 축소키로 했다. 이어 납골당 및 자연장으로 축소 후 남은 토지와 인근 임야를 합친 327만㎡에 교육 또는 연구·의료시설을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용미리 시립묘지는 제1·2묘역과 인근 임야를 합치면 총면적만 393만㎡에 이른다.

 양 시는 최근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 는 추세에 맞춰 이 같은 계획 추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1999년 30%이던 화장 비율이 2010년 말 70% 로 급증해 봉안시설과 자연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배경이 됐다. 이곳의 기존 묘지 부지가 납골당과 자연장으로 전환하면 향후 100년 동안 서울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300만 기 규모의 안치시설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립묘지는 98년 이미 만장돼 일반인들의 시설 이용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현재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만 봉안시설 및 자연장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63년 제1묘역이 조성된 후 73년에는 인근에 제2묘역이 새로 조성됐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임야 일부를 자연장 시설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묘역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향후 파주지역 주민들과 폭넓은 논의를 거쳐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세부 추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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