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미르 내년 2월 폐기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정부는 14년동안 대기권밖에서 각종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내년 2월 태평양에 폐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리 코프테프 `로스아비아코스모스''사(社) 사장은 16일 정부가 이날 각료회의에서 미르호를 내년 2월 27∼28일께 호주에서 1천500∼2000km 떨어진 태평양상에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호를 통해 미르호를 찾은 전문가들이 궤도 수정을 위한 작업을 벌이게 된다"면서 "따라서 내년 2월까지 미르호가 현궤도를 유지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미르호의 궤도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미르호가 오는 12월 중순 인구 밀집지역에 추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르호는 태양표면 활동이 강화되면서 지난 9월부터 매일 300∼500m씩 하강해왔으며, 러시아 정부는 미르의 궤도 유지용 연료 공급을 위해 지난달 16일 미국산 화물선 프로그레스호를 발사했다.

코프테프 사장은 이어 "130t 이상 무게의 미르가 추락하면서 2t가량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까지 파괴할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지닌 최대 700kg의 조각 등 수천개의 조각으로 파열될 수 있다"면서 "미르호를 폐기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의 안정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르가 당초 3년 예정으로 우주에 발사됐지만 15년동안 유지돼 왔다고 상기한뒤, 미르의 표면이 현재 부식되고 있으며 70%의 표면이 정상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공개했다.

니콜라이 이바노프 러시아 지상통제센터 수석 운항사는 "지상통제센터가 미르를 최대한 안전하게 폐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누구도 단한번도 이같은 과제를 수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100% 장담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올상반기 태평양에 폐기될 예정이던 미르는 작년 8월부터 무인 우주정거장으로 방치돼 왔지만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골드 앤드 어팰(Gold & Appel S.A)사(社)가 지난 1월 미르호의 운영자금 2천만달러를 약속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미르의 운영사인 에네르기야사(社)와 합작으로 미르코프(MirCorp)를 설립했기 때문에 다소 생명이 연장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까지 예산외 자금이 확보될 경우 미르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를 감추지 않았었다. 미르는 `30억달러짜리 러시아연방정부 재산''으로 분류되는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이다.

한편 러시아는 미르호를 최종 폐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재 미국과 러시아 등 16개국이 오는 2005∼200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차세대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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