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유주열]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중앙일보

입력

4월이 되면 어김없이 청명절이 찾아온다. 중국에는 주요명절의 하나로 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한다. 숭조(崇祖)정신이 강한 옛 중국에서는 봄빛이 완연하고 공기가 깨끗해져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이 때 조상의 묘소를 찾는 풍습이 있었다. 이 날은 겨우내 집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새싹이 돋아 파랗게 물들고 있는 선산에 성묘하여 눈 비등으로 파 헤쳐진 산소에 새 흙을 덮고 주변을 청소하는 날이다. 홍콩에서는 청명절을 소묘일(掃墓日: tomb-sweeping day)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명절하면 북송의 황실 화가 장택단(張擇端)(1085-1145)이 그린 풍속화 “청명상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택단은 청명절에 수도 변경(?京,지금의 하남성 개봉)을 끼고 흐르는 변하(?河)를 따라 사람들이 봄맞이 야외활동을 하고 운하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답지된 물건을 사고 파는 번화한 정경을 그림에 담았다. 당시 세계 제일의 상업도시였던 개봉의 활기찬 모습이 5.3 미터의 두루마리 속에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그림 속에는 814명의 사람, 60두의 가축, 28척의 선박, 180그루의 수목등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고 한다.

북송대의 사회 경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는 이 그림은 사실은 황제가 서민생활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민정시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려졌다고 한다. 중국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중국정부가 가장 아껴 국보1호라고도 불린다. 2010년 5월 상하이 엑스포 때 원작의 700배 확대된 디지털 “청명상하도”가 제작되어 엑스포 관람객으로 하여금 북송대의 개봉을 체험케 하였다.

지난 1월 눈보라가 치는 추운 날씨에 일본 도쿄의 국립미술관 앞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2012년 중일(中日)국교수교 40주년을 맞아 중국정부는 베이징의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는 “청명상하도”를 도쿄에 전시하고 있었다. 중국 땅을 떠나 해외 전시로는 처음인 이 명화를 보기위해 일본 관람객은 평균 4-5시간을 기다려야 입장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였다고 한다.

내년 청명절에는 이 그림이 서울에서도 전시되어 찬란했던 북송대의 청명절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