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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비타민음료 대박 비결 … 키워드는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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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컬트가 되라
더글라스 홀트 외 지음
김정혜 옮김, 지식노마드
632쪽, 3만2000원

제목과 달리 경영학, 세분하자면 마케팅에 관한 책이다. 경쟁자가 없는 블루 오션을 개척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문화혁신’이란 독특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영국의 경영학자와 경영컨설턴트. 이들은 우선 시장혁신을 위해 과학자와 경영학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을 중시하는 ‘더 좋은 쥐덫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것으로는 나이키·스타벅스나 세계적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벤 앤 제리의 성공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신 ‘소비자 문화이론 ’에 바탕을 두고 이들의 성공사례를 보여준다. 제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우월감을 느끼도록 하는 ‘혁신적 이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화혁신’의 핵심 개념은 ‘신화’와 ‘문화코드’다. 이 중 ‘신화’를 통해 성공한 소프트음료 비타민워터 사례를 보자.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선 달콤한 탄산 청량음료가 비만의 주범이며 건강유해식품이라는 사회적 각성이 일었다. 이에 코카콜라나 펩시 등 거대 음료회사들이 온갖 맛과 향을 첨가한 ‘더 좋은 쥐덫’의 생산에 골몰했지만 비타민워터는 비타민과 수분에 대한 약속만 제공하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다리우스 비코프가 자기 집 부엌에서 제조한 이 소프트음료는 2000년 출시된 이후 2007년 연 매출 7억 달러를 넘어섰다. 매일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는 ‘신화’에 화학첨가물을 첨가하지 않은 안전한 물이라는 느낌을 더한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영국의 현대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제품디자인은 미술관이나 고급 호텔에서 사용할 법한 미술계의 디자인 코드를 일반대중에게 확대시키는 문화자본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낙수)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탄산음료는 저소득층이나 어린이들이 즐기는 것이란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 어른들이 즐기는 음료란 ‘문화코드’를 개발한 것이 비타민워터의 성공 비결이었다.

 책은 문화혁신 이론을 설명하는 1부에 이어 ‘업계의 문화적 통념을 확인하라’ 등 6단계 문화전략 모델을 다룬 2부, 브랜드 관료제 타파 등 문화혁신을 조직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조한 3부로 구성돼 있다. 시장조사 대신 극렬사회운동가의 선언문 등을 통해 소비자의 문화적 욕구를 파악하라고 권하는 이들의 이론은 기업과 사회 트렌드는 물론 비욘세·타이거 우즈 등을 활용한 미국의 다양한 마케팅 사례가 풍성하게 뒷받침돼 흥미롭고도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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